전인지가 20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엠이(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4라운드 뒤 수상한 베어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네이플스/AFP 연합뉴스
“베어트로피에 안주하지 않고 레전드에 버금가는 선수가 되겠다.”
20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골프클럽(파72·6540야드)에서 열린 ‘시엠이(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4라운드로 막을 내린 2016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신인상에 이어 베어트로피(최저타수상)까지 거머쥐며 올해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우뚝 솟은 뒤 한 말이다.
한국 선수들은 올해의 선수, 시즌 상금왕 등 주요 타이틀은 타이의 에리야 쭈타누깐(21)에게 내줬으나, 올해 신인으로 데뷔한 전인지가 각종 타이틀 부문에서 당당히 5위 안에 이름을 올리면서 체면을 지킬 수 있었다. 전인지는 세계랭킹도 리디아 고(19·한국이름 고보경·뉴질랜드), 쭈타누깐에 이어 3위를 차지했고, 시즌 상금순위도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4위(150만1102달러)를 기록하는 성과를 올렸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도 149로 쭈타누깐(268), 리디아 고(248), 브룩 헨더슨(154·캐나다)에 이어 4위가 됐다. 신인이 가장 권위있는 상 중 하나인 베어트로피를 거머쥔 것도 1978년 낸시 로페즈 이후 두번째이기에, 내년 시즌 전인지한테 거는 기대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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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 18번홀 극적 버디로 2관왕 베어트로피 수상은 너무나 극적이었다. 이날 투어 챔피언십 4라운드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평균타수에서 전인지는 리디아 고에게 0.006타 뒤지고 있었다. 그러나 4라운드를 마친 뒤 전인지는 평균타수 69.583을 기록해 리디아 고(69.596)를 불과 0.013타 차로 따돌렸다. 1번홀 버디 뒤 3번홀 더블보기, 9번홀 보기 등으로 흔들렸으나 13번홀에서 버디를 잡더니, 16번홀부터 내리 3홀 연속 버디를 뽑아내며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 특히 18번홀(파4)에서 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역전드라마를 완성했다. 전인지는 경기 뒤 “마지막 퍼트가 베어트로피를 결정하는지는 몰랐다. 정말 대단한 퍼트였다”며 좋아했다. 전인지와 동반 플레이를 한 리디아 고는 “전인지의 피니시는 정말 대단했다”며 축하해줬다. 리디아 고는 2라운드에선 12언더파 단독선두로 나서기도 했지만 4라운드에선 더블보기 1개, 보기 2개, 버디 4개로 1타도 줄이지 못하며 공동 10위(11언더파)로 밀렸다. 우승했으면 차지했을 올해의 선수, 상금왕도 모두 놓쳤고, 세계 1위 자리만 유지했다.
에리야 쭈타누깐이 20일 올해의 선수 트로피, 그리고 레이스 투 시엠이(CME) 글로브 포인트 1위로 받은 100만달러의 보너스 상금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네이플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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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중의 별’ 쭈타누깐 시즌 최종전에서 찰리 헐(잉글랜드)이 19언더파 269타로 우승하며 50만달러를 가져갔지만, 공동 4위(14언더파)로 마친 쭈타누깐이 올해의 선수, 상금왕(255만925달러), 그리고 레이스 투 시엠이 글로브 포인트 1위(6800)를 차지해 보너스로 100만달러까지 챙겼다. 투어 2년차인 쭈타누깐은 시즌 5차례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톱10에도 27번이나 드는 등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도 2위 리디아 고에 무려 20점이나 앞섰다.
쭈타누깐은 최고의 영예를 안은 뒤 “올해의 선수가 된 것은 대단하다. 나의 꿈이 실현된 것”이라며 “나의 이름이 이 트로피에 새겨질지 전혀 생각지 못했다. 나 자신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좋아했다. 올해 요코하마 엘피지에이 클래식에서 타이 선수로는 처음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우승을 차지했던 쭈타누깐은 이후 2개 대회 연속 우승으로 사상 첫 3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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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 최나연 어디 갔지? 올 시즌에는 쭈타누깐을 비롯해, 각각 2승을 올린 캐나다의 브룩 헨더슨과 중국의 펑산산 등이 강세를 보이며 한국 선수들의 기세가 주춤했다. 박인비(29·KB금융그룹)는 왼손 엄지 부상으로 골프여제에서 밀려났다. 시즌 상금 10위 안에 4위 전인지, 6위 김세영(23·미래에셋), 8위 장하나(24·BC카드), 10위 유소연(26·하나금융그룹) 등 4명이 들었지만 1~3위는 미국 아닌 다른 나라 선수들에게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장하나가 시즌 3승, 김세영이 시즌 2승을 차지하며 기세를 올렸고 유소연은 한 번도 우승하지는 못했으나 시엠이그룹 투어 챔피언십 2위를 기록하는 등 저력을 보여줬다. 기대를 모았던 김효주(21·롯데)는 시즌 초반 1승을 거둔 이후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며 상금순위 20위로 마쳤다. 오랫동안 한국 간판으로 활약하던 최나연(29·SK텔레콤)은 상금순위 55위로 부진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