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 윌렛(잉글랜드)이 11일(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80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정상에 오른 뒤 대회 전통에 따라 지난해 우승자인 조던 스피스(미국)의 도움을 받아 그린 재킷을 입고 있다. 오거스타/AP 연합뉴스
윌렛 PGA 마스터스 ‘깜짝 우승’
‘새 골프황제’ 스피스 사흘 내리 선두서
한 홀에 4타 잃으며 4위로 ‘곤두박질’
신예 윌렛, 출전 두번째만에 첫 우승
아내 출산일 대회와 겹쳐 고민하다
일찍 태어난 아기 덕에 출전 ‘행운’
‘새 골프황제’ 스피스 사흘 내리 선두서
한 홀에 4타 잃으며 4위로 ‘곤두박질’
신예 윌렛, 출전 두번째만에 첫 우승
아내 출산일 대회와 겹쳐 고민하다
일찍 태어난 아기 덕에 출전 ‘행운’
아내(니콜)의 첫아이 출산 예정일은 애초 4월10일. 올해 마스터스 토너먼트 최종 4라운드가 열리는 날이었다. 아내 또한 1988년 샌디 라일(잉글랜드)이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날(4월11일) 태어난 터. 그래서 ‘대회보다 가족이 우선’이라고 생각한 그는 개인적으로 두 번째 기회를 맞은 마스터스였지만 출전을 포기하려고 했다. 그러나 첫아이는 예정일보다 열흘 정도 일찍 세상에 나왔고, 그도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왔다. 닉 팔도 이후 20년 만에 잉글랜드인으로는 처음으로 ‘그린 재킷’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대니 윌렛(29) 이야기다. 이번 우승은 첫아들(재커리아 제임스)이 가져다준 선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10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435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16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제80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000만달러) 4라운드. 아내의 출산 때문에 출전 자체를 고민했던 윌렛은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5개 잡아내는 등 깔끔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70+74+72+67)를 기록해 우승상금 180만달러(20억67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윌렛은 “믿기지 않는 광란의 한 주였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번 우승으로 세계 순위는 종전 12위에서 9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지난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이어, 이번 1~3라운드는 물론 이날 11번 홀(5언더파)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며 대회 2연패를 눈앞에 뒀던 조던 스피스(23·미국)가 12번 홀(파3·152야드)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범한 것이 윌렛에게 예기치 않은 우승을 안겨주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그는 너무 멋진 플레이를 펼쳐왔다”는 전세계 1위 루크 도널드(잉글랜드)의 말대로 윌렛은 그린 재킷의 주인공이 될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는 평가 또한 받았다. 아마추어 시절인 2007년 잉글랜드 아마추어선수권대회를 제패했고, 2008년에는 아마추어 세계 1위까지 올랐던 실력파라는 것이다. 이후 2008년 5월 프로로 전향해 2012년 6월 유러피언 투어 베엠베(BMW) 인터내셔널오픈에서 프로 첫 우승을 달성하는 등 유럽 무대에서만 통산 4차례 정상에 올랐다.
유럽인이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것은 1999년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스페인) 이후 17년 만이다. 또한 잉글랜드인으로는 샌디 라일(1988년), 닉 팔도(1989, 1990, 1996년), 이언 우즈넘(1991) 이후 4번째이다. 윌렛은 지난해 처음 출전한 마스터스에서는 공동 38위에 올랐고, 그해 브리티시오픈에서는 공동 6위로 선전했는데 이번 마스터스에서 피지에이 첫 우승이자, 메이저대회 첫 정상 감격을 누렸다.
9번 홀까지 4연속 버디로 7언더파 단독 선두를 달리던 조던 스피스는 10번 홀과 11번 홀에서 연이어 보기를 범하며 흔들리더니, 악몽의 12번 홀 때문에 일거에 무너지며 결국 2언더파 286타(66+74+73+73)로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와 함께 공동 2위로 마쳤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