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가 지난 9일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 대회에서 약혼자 남기협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퍼팅 연습을 하고 있다.
남기협씨 ‘그림자 외조’ 유명
경기 내내 따라다니며 코치
크리스티안은 작년부터 사귀어
공 위치 확인에 퍼팅 조언도
경기 내내 따라다니며 코치
크리스티안은 작년부터 사귀어
공 위치 확인에 퍼팅 조언도
또다시 맞붙는다. 올 들어 네번째 격돌이다.
여자프로골프 세계랭킹 1위 박인비(26·KB금융그룹)와 세계랭킹 2위 수잔 페테르센(33·노르웨이)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다.
박인비는 21일(한국시각)부터 나흘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와일드파이어 골프장(파72)에서 열리는 올 시즌 첫 번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대회인 파운더스컵(총상금 150만달러)에서 시즌 첫 승을 노린다.
박인비는 최고의 컨디션이다. 지난 9일 끝난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올해 첫 우승을 기록한 박인비는 하루 11언더파라는 생애 최저타 기록을 세우며 절정의 퍼팅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가을 결혼을 앞두고 심리적 안정감도 찾아 거칠 것 없는 샷을 예고하고 있다.
48주째 세계 정상을 지키는 박인비를 거세게 추격하고 있는 페테르센은 올 들어 박인비와의 대결에서 2패1무승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박인비에게 역전패를 당하며 대회 2연패를 실패한 아픈 기억이 생생하다. 현재 세계랭킹에서 박인비는 10.24점으로 1위를, 페테르센은 9.38점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둘의 간격은 불과 0.86점. 대회 우승에 따라 세계 1위의 주인이 바뀐다.
둘의 대결은 남자친구의 ‘외조 대결’로도 흥미를 끈다. 박인비의 스윙 코치이자 약혼자인 남기협(33)씨와 페테르센의 남자친구인 크리스찬 데이비드(33)는 최근 대회에서 눈에 띄는 외조 경쟁을 벌였다. 두 남자는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 미션힐스 골프장에서 열렸던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대회 내내 그림자처럼 약혼녀와 여자친구를 따라다니며 경기력 향상에 최선을 다했다.
지난해 페테르센과 사귀기 시작한 크리스찬은 최근까지 노르웨이 스키 대표선수였다. 크리스찬은 매일 아침 경기가 시작되기 전 연습 그린에서 퍼팅하는 페테르센의 머리와 허리를 잡아주며 여자친구를 도왔다. 경기가 시작되면 크리스찬은 페테르센의 샷한 공이 떨어진 곳으로 먼저 달려가 공의 위치를 확인하는가 하면, 그린 주변에서도 소리없이 페테르센의 퍼팅을 도와주곤 했다. 페테르센도 경기 도중 틈만 나면 크리스찬과 대화를 나누며 경기 내용을 상의했다. 페테르센은 지난해까지 어머니와 투어를 다녔으나, 올해부터는 남자친구와 투어를 소화하고 있다. 페테르센은 “지난 시즌과 올 시즌이 달라진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남자친구가 생긴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남자친구를 공개적으로 자랑하고 있다.
올가을 국내 골프장에서 6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식을 올리는 박인비-남기협 커플은 시즌 첫 승을 합작해 자신의 결혼을 자축하려 하고 있다. 남씨 역시 박인비의 경기를 따라다니며 필요한 조언을 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박인비와 페테르센 이외에도 지난해 이 대회 챔피언 스테이시 루이스, 리디아 고(17·캘러웨이),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 최나연(27·SK텔레콤), 카리 웹(호주) 등이 출전한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 대회에 참석한 수잔 페테르센이 퍼팅을 하는 동안 그의 남자친구 크리스티안이 머리를 붙잡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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