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가 호쾌한 드라이버 샷을 선보이고 있다.
이민지, 월드 레이디스 깜짝 4위
호주동포로 ‘제2의 카리 웹’ 기대
호주동포로 ‘제2의 카리 웹’ 기대
세계여자골프계에 새로운 ‘괴물’이 나타났다. 거침없는 스윙과 과감한 퍼팅으로 세계 아마추어 랭킹 1위에 올라 있는 호주 동포 이민지(18·사진)다.
동포 3세인 이민지는 9일 중국 하이커우 미션힐스골프장에서 끝난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초청선수로 출전해 15언더파의 위력적인 샷으로 공동 4위를 차지했다. 특히 긴장감이 팽팽한 경기 현장에서 항상 생글생글 웃는 모습으로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등 유쾌한 소녀로 세계 무대에 화려한 신고를 했다.
어릴 적부터 운동에 소질을 보인 이민지는 애초에 수영 선수의 길을 가다가 프로골퍼 지망생이었던 어머니의 권유로 골프로 방향을 틀었다. 뉴질랜드 동포인 ‘천재 골퍼’ 리디아 고(17)와는 주니어 시절부터 대등한 실력을 보이며 성장했다. 골프 입문 3년째인 12살에 퍼스주 대표에 선발됐고, 3년 뒤에는 호주 주니어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2011년에는 호주 국가대표로 선발됐고, 지난 2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두번째 대회인 볼빅 호주여자오픈에서 준우승을 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주 뒤엔 호주여자프로골프(ALPG) 투어 빅토리안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프로무대 첫 우승을 신고했다. 호주에서는 최고의 스포츠 스타로 꼽히고 있다.
이민지는 특히 한때 세계 여자골프계를 평정했던 카리 웹이 정상에서 물러난 뒤 공백기를 가진 호주 여자프로골프계에 출현한 10대 천재 골퍼로 칭송을 받고 있다. 미국 투어 40승을 올린 카리 웹이 자신을 이을 선수로 칭찬하기도 했다. 여자 선수로는 드물게 280~29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의 드라이버샷이 장기이다. 카리 웹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 나는 그 나이에 그렇게 좋은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부러워할 정도다.
그러나 이민지는 아직 어린 탓인지 가끔 덤벙대며 경기를 망치기도 한다. 지난 호주여자오픈에서는 마지막날 12번홀까지 선두를 달리다 6개홀을 남기고서 무너지며 우승을 내줬다. 어머니 이씨는 “아직은 어려서 큰 대회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리디아 고의 프로 전향에 자극받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올해 유에스(US) 여자오픈에 출전한 뒤 프로 전향을 계획하고 있는 이민지는 한국 대회 출전을 희망하고 있다. “어머니의 고국인 한국에서 경기를 항상 하고 싶었어요. 무엇보다도 한국에 한번 가고 싶기도 하고요.” 한국어보다는 영어에 익숙하지만 이민지는 한국에 대한 동경을 숨기지 못한다.
하이커우(중국)/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이민지가 기자회견에서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민지가 호쾌한 드라이버 샷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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