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여자오픈 2연패
아마추어 선수 첫 2승도
세계 19위서 7위로 껑충
“부모님과 프로 전향 상의”
아마추어 선수 첫 2승도
세계 19위서 7위로 껑충
“부모님과 프로 전향 상의”
마지막 18번홀, 이미 2위와는 4타 차. 겁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골프 천재일까?
시원한 티샷에 이어 두번째 샷을 핀 3m에 붙인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6·한국이름 고보경)는 내리막 버디 퍼팅을 거침없이 홀에 집어넣고는 힘차게 두 손을 들어올렸다.
지난해 15년 4개월의 나이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자로 등극한 리디아 고가 바로 그 대회에서 다시 우승하며 천재성을 과시했다. 아마추어 선수가 엘피지에이 투어에서 2승을 거둔 것은 리디아 고가 유일하다.
아마추어 랭킹 1위인 리디아 고는 26일(한국시각)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턴의 로열 메이페어 골프장(파70·6403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버디 7개, 보기 1개로 6언더파 64타를 쳐, 최종합계 15언더파 265타를 기록했다. 2위 카린 이셰르(프랑스)를 5타 차로 따돌리고 2년 연속 우승.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2승, 유럽투어 뉴질랜드여자오픈 우승, 호주투어 뉴사우스웨일스오픈 우승으로 프로무대 통산 4승을 거둔 리디아 고는 세계랭킹도 19위에서 7위로 뛰어올랐다. 아마추어인 리디아 고는 상금을 받지 못하게 돼 있어 우승 상금 30만달러(약 3억3000만원)는 2위인 이셰르가 차지했다.
노장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지난주 솔하임컵에서 유럽팀의 승리를 이끌었던 카롤리네 헤드발(스웨덴)과 함께 챔피언조에서 뛴 리디아 고는 2~5홀 사이클링 버디로 전반에만 5타를 줄여 일찌감치 우승을 예약했다. 9번홀이 끝날 때 2위 그룹과의 격차를 5타로 벌린 리디아 고는 12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했고, 13번홀에서 보기로 주춤했으나 우승을 향한 질주는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페테르센은 14번홀에서 더블보기, 15번홀에서 보기로 경쟁 대열에서 탈락했고, 이날 3타를 줄인 이셰르도 4타 뒤진 10언더파 270타로 먼저 경기를 끝냈다.
리디아 고는 “오늘 5타만 줄이자고 생각했는데 우승까지 해서 매우 행복하다. 프로 전향에 대해선 부모님과 상의해 좋은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프로가 된다면 매 샷이 돈으로 계산되는 직업을 갖게 되는 것인 만큼 신중히 결정을 내리겠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네 차례 우승하며 받을 수 있었던 상금 액수는 60만 달러(약 6억6000만원)다.
리디아 고는 아직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는 출전한 적이 없다. 리디아 고는 9월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출전한 이후 뉴질랜드로 돌아가 학교 시험을 볼 예정이다. 그는 “박세리 선수가 유에스(US)오픈에서 처음 우승할 때의 장면을 여러 번 돌려봤다. 영감을 받았고 한국 선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경(25·하나금융그룹)이 8언더파 공동 5위, 시즌 7승을 노렸던 세계 1위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마지막날 이븐파로 공동 13위(4언더파)로 마쳤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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