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우승
나비스코 이어 메이저 2연승
폭우로 3·4라운드 함께 치러
연장 세번째 홀 ‘짜릿한 버디’
시즌 그랜드슬램 대기록 도전
나비스코 이어 메이저 2연승
폭우로 3·4라운드 함께 치러
연장 세번째 홀 ‘짜릿한 버디’
시즌 그랜드슬램 대기록 도전
마지막 18번홀(파4). 박인비(25·KB금융그룹)의 티샷이 왼쪽으로 밀렸다. 1타차 선두를 달리던 박인비는 파를 지키면 우승이다. 우승상금 3억8천만원. 올해 두번째 메이저 대회인 웨그먼스 엘피지에이(LPGA) 챔피언십에서 이기면 메이저 대회 연속 제패다.
세계 랭킹 1위 박인비는 러프에 깊게 박힌 공을 지그시 바라다보았다. 박인비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다. 세차게 러프 탈출을 시도했지만 공은 멀리 가지 못한 채 다시 러프에 빠졌다. 성큼성큼 공에 다가간 박인비는 세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리려 했지만 그마저 실패했다. 보기도 못하면 우승은 물 건너간다. 이미 경기를 끝낸 스코틀랜드의 노장 카트리오나 매슈(44)가 연장전에 들어갈 것을 대비해 퍼팅 연습을 하고 있다.
2라운드까지 선두를 지킨 동갑내기 모건 프레슬(미국)에게 2타 뒤진 채 이날 경기를 시작한 박인비는 별명인 ‘조용한 암살자’처럼 프레슬을 압박했다. 폭우로 인해 3~4라운드 36홀을 한꺼번에 치르기 때문에 프레슬은 무려 10시간 동안 박인비의 치밀하고 흔들림없는 샷과 퍼팅에 시달려야 했다.
박인비에게 질린 프레슬은 한때 박인비에게 3타를 뒤지며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다. 그사이 매슈가 4라운드에서만 4타를 줄이며 박인비를 1타차로 따라잡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박인비는 그린 근처에서 공을 올려 홀 50㎝에 붙였고, ‘간신히’ 연장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다행이었다. 다 잡은 우승을 미룬 박인비는 조금도 아쉽거나 억울한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
1등과 2등은 천지 차이다. 우승하면 스폰서에서 우승 상금의 절반 정도를 인센티브로 지급한다. 각종 인센티브를 합하면 상금에 육박하는 부가 수입이 가능하다.
연장전에 들어간 박인비의 표정은 편했다. 연장전의 행운을 탄 노장 매슈가 오히려 흔들렸다. 매슈는 2009년 브리티시 오픈 우승 이후 우승 소식은 없지만 스코틀랜드 골프 영웅이다.
18번홀에서 치러진 첫번째 연장전과 10번홀(파4)에서 치러진 두번째 연장전에서 박인비와 매슈는 나란히 파를 기록했다. 매슈는 두번째 연장전에서 티샷을 러프에 떨어뜨렸으나 침착하게 러프를 탈출해 세번째 샷을 홀에 1m 가까이 붙여, 투 온에 투 퍼팅한 박인비와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다시 18번홀에서 치러진 세번째 연장전에서 매슈는 티샷을 오른편 나무 밑 러프에 빠뜨리는 실수를 범했다. 그러나 박인비는 흔들림없이 페어웨이를 지켰다. 매슈의 두번째 샷은 페어웨이 건너편 러프로 다시 파고 들어갔다. 박인비는 침착하게 두번째 샷을 홀 3m 가까이 붙였다. 그린에 올라오는 박인비의 표정은 한결 가벼웠다. 매슈의 세번째 샷마저 그린에 도달하지 못했고, 네번째 어프로치는 홀을 지나쳤다. 이제 박인비의 버디 퍼팅이 남았다. 긴 승부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박인비의 표정은 암살자가 표적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처럼 긴장이 흘렀다. 승부사 박인비는 긴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우승을 확정했다. 프레슬에 이어 매슈도 박인비가 ‘골프 여제’로 자리하는 데 희생물이 됐다.
박인비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박인비는 10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피츠퍼드 로커스트힐 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경기에서 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를 기록, 매슈와 연장전 끝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올 시즌 4승째이며 개인통산 7승이다. 2008년 유에스(US)여자오픈과 지난 4월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 이어 통산 세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박인비는 사상 첫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2주뒤 열리는 유에스 오픈과 8월에 열리는 브리티시 오픈, 그리고 올해부터 메이저대회로 편입된 에비앙 마스터스를 우승하며 세계 여자 골프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아직 아무도 한 시즌에 4~5개의 메이저 대회를 독식한 선수는 없었다.
또 박인비의 우상이었던 박세리도 이루지 못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눈앞에 두고 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4대 메이저 대회를 선수생활 동안 모두 우승하는 것. 아니카 소렌스탐, 카리 웹, 줄리 잉스터 등 6명만이 이룬 꿈의 기록이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전두환 추징금 1672억 안내면 1672년 수감을”
■ 연 6.7%로 5000만원 대출? 직접 캐피탈사에 물어보니…
■ 공중전 최강 ‘유로파이터’냐, 스텔스 무장 ‘F-35A’냐
■ 청와대, 북 수석대표로 "김양건 나와야"
■ [화보] 기억하라! 그날의 외침을 6·10항쟁 26돌
■ “전두환 추징금 1672억 안내면 1672년 수감을”
■ 연 6.7%로 5000만원 대출? 직접 캐피탈사에 물어보니…
■ 공중전 최강 ‘유로파이터’냐, 스텔스 무장 ‘F-35A’냐
■ 청와대, 북 수석대표로 "김양건 나와야"
■ [화보] 기억하라! 그날의 외침을 6·10항쟁 26돌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