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이 2005년 코리안투어 지산리조트오픈에 출전했을 때 어머니 시옥희씨는 처음 캐디백을 멨다. 프리랜서 손석규씨 제공
배상문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 우승
16번홀 2m 버디 퍼트뒤 17번홀 승부
동갑내기 브래들리 2타차 따돌려
최경주·양용은 이어 세번째 정상에 홀어머니가 직접 캐디하며 정성
야구 하겠다는 아들 골프채 잡혀
집·자동차·금반지 팔아 뒷바라지
“아들이 고맙고 대견스럽기만” “잔소리 좀 그만하소.” 캐디백을 멘 나이든 여자 캐디에게 당시 19살의 배상문은 짜증을 냈다. “ 5등 하나 10등 하나 큰 차이 없으니까 더이상 잔소리는…” 배상문의 투덜거리는 소리에 캐디는 얼굴을 붉히며 반응하려 하다가 꾹 참았다. 캐디는 바로 배상문 선수의 어머니 시옥희(57)씨. 아들의 경기를 따라다니는 것으로는 성이 안 차 직접 캐디백을 멨다. 선수들의 아버지가 캐디를 하는 경우는 많아도 어머니가 캐디를 하는 경우는 시씨가 유일했다. 시씨는 아들의 실수를 때로는 큰 소리로 혼내기도 했다. 시씨의 아들에 대한 사랑과 희생은 유별났다. 배상문이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이혼하고 혼자가 된 시씨는 억척스럽게 아들을 키웠다. 아들은 어릴 때 야구선수가 되고 싶어했다. 그러나 시씨는 골프 선수로 키우고 싶었고, 자신의 고집대로 아들은 골프채를 잡았다. 골퍼로 키우기 위해 시씨는 집과 자동차는 물론, 금반지도 팔아치우며 아들을 뒷받침했다. 시씨는 석가탄신일 하루 전인 16일부터 연속 4일간 합천 해인사 홍제암에서 밤새 아들의 우승을 기원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침내 세계 정상에 오르는 낭보를 들었다. “여자 혼자 몸으로 아들을 키우다 보니 절박했어요. 사춘기 때는 아들과 다툰 적도 많았는데 크게 반항하지 않고 따라준 아들이 고맙고 대견스럽기만 해요.” 마침내 배상문(27·캘러웨이)이 해냈다. 미국 무대에 뛰어든 지 1년 7개월만에 강자들이 우글거리는 피지에이(PGA) 정상에 올랐다. 한국인으로는 최경주(43·SK텔레콤), 양용은(41·KB금융그룹)에 이어 세번째이다. 배상문은 20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어빙의 포시즌스TPC(파70·7166야드)에서 열린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동갑내기 키건 브래들리(미국)를 2타차로 제치고 감격의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4라운드 초반 버디 4개를 잡아내며 한때 브래들리에게 4타차로 앞섰던 배상문은 이후 더블보기 1개, 보기 2개를 기록하며 공동선두를 허용했으나 16번홀(파5)에서 짜릿한 버디로 치고나간 뒤 우승을 차지했다. 2008년과 2009년 한국프로골프투어 상금왕에 오르며 국내 무대를 제패한 배상문은 2011년 일본 무대에서도 상금왕을 차지했다. 2012년 미국에 진출한 배상문은 피지에이 대회 출전 43경기 만에 정상에 올라 우승 상금 117만달러(13억원)를 챙겼다. 배상문은 3번홀(파4)에서 첫 버디로, 보기를 기록한 브래들리를 단숨에 추월해 1타차 단독 선두로 나섰다. 5번홀(파3)부터 3개홀 연속 버디를 잡아낸 배상문은 브래들리와의 격차를 4타로 벌리며 우승을 눈앞에 둔 것 같았다. 그러나 9번홀(파4)에서 티샷이 왼쪽 러프로 날아간 뒤 나무를 넘겨 친 두번째 샷마저 그린을 지나쳐 워터해저드에 빠져 더블보기를 했고, 10번홀(파4)에서도 보기를 범해 위기를 맞았다. 배상문은 15번홀(파4·504야드)에서 보기를 기록하며 이 홀에서 버디를 기록한 브래들리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으나 16번홀(파5·546야드)에서 2m 버디를 성공해 파에 그친 브래들리를 1타차로 앞섰다. 171야드의 파 3홀인 17번 홀에서 배상문은 과감하게 홀을 공격해 홀에서 7m 거리에 공을 떨어뜨린 뒤 파를 잡은 반면 브래들리는 다시 보기를 기록하며 2타차로 멀어졌다. 마지막 18번홀(파4) 파로 우승을 확정한 배상문은 두 손을 크게 치켜들어 새로운 강자의 출현을 알렸다. 대구 출신인 배상문은 2003년 8월, 17살에 프로로 전향해 장타를 앞세워 2006년 한국 투어 에머슨 퍼시픽 그룹 오픈에서 첫 승을 올리며 두각을 나타냈다. 2008년부터 2년간 한국 투어 상금왕을 차지했고, 2010년 일본 투어에 뛰어들어 2011년 일본 투어 상금왕과 최우수 선수상을 차지했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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