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때 엄마 선물 만들다
오른쪽 눈 다친 언스트
절망하지 않고 골프 시작
웰스파고 대회 연장끝 우승
“난 이렇게 봐도 완벽하다”
오른쪽 눈 다친 언스트
절망하지 않고 골프 시작
웰스파고 대회 연장끝 우승
“난 이렇게 봐도 완벽하다”
정지해 있는 공을 채로 정확하게 타격해야 원하는 방향과 거리로 공을 보낼 수 있는 운동이 골프이다. 한쪽 눈만으로는 원근감이 없어 골프를 잘 칠 수 없다.
지난해 프로에 입문한 데릭 언스트(22·미국)는 오른쪽 시력이 거의 없다. 오른 눈으로만 보면 사물이 흐릿하고 거리를 가늠하기 힘들다. 어릴 때 눈을 다쳤기 때문이다. 10살 때 언스트는 어머니에게 줄 선물을 직접 만들다가 눈이 크게 상했다. 테디 베어가 그려진 작은 펜스를 만들려고 피브이시(PVC) 파이프를 톱으로 자르다가 파이프 조각이 튀면서 눈을 찔렀다. 병원에 가서 각막에 10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하며 실명을 면했으나 시력은 회복하지 못했다.
언스트는 절망하지 않고 골프를 시작했다. 거리를 맞추기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골프에 적응했다. 지난해 1차례 출전한 언스트는 올해 7차례 피지에이(PGA) 투어에 출전해 2번 컷을 통과했고, 최고 성적은 지난주 취리히 클래식에서 올린 공동 47위였다. 세계 랭킹은 1207위. 올해 상금은 3만4225달러에 불과했다.
그런 언스트가 마침내 우승을 차지했다. 언스트는 6일(한국시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골프장(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 투어 웰스 파고 챔피언십(총상금 670만달러) 마지막 4라운드에서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데이비드 린(잉글랜드)과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첫 홀에서 승리를 거뒀다. 프로데뷔 뒤 첫 우승이다.
언스트는 이번 대회 출전 후보 선수였다. 대기 순번도 4번으로 낮았지만 운좋게 출전 통보를 받았다. 2부인 웹닷컴 대회로 가다가 렌터카 방향을 돌려 6시간30분을 달려 골프장에 도착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마지막 라운드에서 언스트는 17번홀까지 선두에 1타 뒤졌으나 마지막 홀(파4)에서 1.5m 버디 퍼트를 침착하게 성공시켜 연장전으로 승부를 끌고 갔다. 같은 홀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린은 티샷을 깊은 러프에 보냈고, 두번째 샷은 벙커로 보냈다. 언스트는 두번째 샷을 홀 4m에 붙이며 승기를 잡았고, 파를 기록하며 우승의 감격을 맛보았다.
언스트는 우승 후 “사람들이 그런 눈으로 어떻게 골프를 치느냐고 묻는다. 그런데 사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두 눈으로 어떻게 보는지 잘 모른다. 내겐 이렇게 보는 게 아주 완벽하다”고 말했다.
언스트는 이번 우승으로 120만6000달러(약 13억2000만원)를 한꺼번에 받으며 9일 밤 개막하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피지에이(PGA) 챔피언십 등 메이저 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언스트는 세계 랭킹에서도 1084단계를 뛴 123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날 선두였던 필 미켈슨(미국)은 막판 주저앉으며 3위(7언더파)에 그쳤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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