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막판 역전 이글 퍼팅을 성공시키고 우승을 차지한 김세영이 환하게 웃으며 그린을 내려 오고 있다. 이길우 기자
롯데마트 여자오픈
멀리 까마득하게 그린이 내려다 보였다.
선두 이정은(25·교촌F&B)에게 1타 차로 뒤져 있는 김세영(20·미래에셋)은 3번 우드를 뽑아 들었다. 거센 제주 바람이 등 위에서 김세영을 위협했다. 161㎝의 김세영은 두둑한 배짱으로 유명한 프로 3년생. 한번도 프로무대 우승이 없었다.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태권도 7단의 아버지 김정일(52)씨의 영향으로 초등학생 때 태권도 선수도 했던 김세영은 220m 떨어진 18번홀(파5)의 그린을 향해 두번째 샷을 했다. 잠시의 적막이 흘렀다. 그리고 그린 주변에서는 함성이 들렸다. 김세영이 친 공은 마치 ‘독수리’처럼 멋진 활공을 하다가 그린에 안착해 홀 3m 거리에 붙어 버렸다. 우승 경쟁을 하던 선두 이정은의 두번째 샷은 연못에 빠졌다. 그린으로 올라 온 김세영은 침착하게 퍼팅을 했고, ‘이글’을 성공시키며 극적인 역전을 일궜다. 한국여자프로골프 사상 마지막 홀 이글로 승부가 뒤집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세영이 14일 제주 서귀포 롯데스카이힐제주컨트리클럽에서 열린 6회 롯데마트 여자오픈 마지막날 경기에서 이글 1개, 버디 3개,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합계 1언더파 287타를 기록한 김세영은 2013 시즌 개막전에서 생애 첫 우승과 상금 1억원을 챙겼다.
“긴장하지 않고 연습하듯 우드를 휘둘렀어요. 평소 210m 나가는 거리였는데….” 김세영은 기자회견에서 “첫 우승을 하면 눈물이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덤덤하네요”라고 말했다.
김세영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태권도 선수로 활약했다. 골프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골프 선수로 나선 김세영은 중학교 2학년 때 최연소로 한국 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07년, 2009년 국가대표였고, 2009년 전국체전에서는 2관왕에 올랐다. 2010년 프로에 입문해 지난해 톱10에 3차례만 들었고 상금랭킹 32위(약 1억500만원)에 머물렀다.
이정은, 장하나(20·KT), 장수연(19·롯데마트)은 김세영에 2타 뒤진 공동 2위(1오버파 289타)에 이름을 올렸다.
제주/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역전 이글 퍼팅을 남겨 놓은 김세영이 캐디와 함께 퍼팅 라인을 자세히 살펴 보고 있다. 이길우 기자
김세영이 18번홀 티샷을 힘차게 하고 있다. 이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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