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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골프

약혼자와 함께 연못에 빠진 날
부모는 부담 안주려 한국서 응원

등록 2013-04-08 19:33

박인비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
“엄마, 오지 마.”

지난 7일 오후, 딸 박인비(25)의 우승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박인비의 어머니 김성자(51)씨는 남편 박건규(52)씨와 함께 부랴부랴 공항으로 가고 있었다.

그리도 기다리던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이 눈앞에 온 것 같았다. 박인비의 부모는 3라운드에 단독 선두로 나선 박인비가 우승하면 현장에서 축하해 주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를 타려던 길이었다. 특히 나비스코 우승자는 18번홀 연못에 가까운 이들과 함께 뛰어드는 전통이 있기에 비행장을 향하는 부부의 마음은 이미 딸의 손을 잡고 하늘 높이 뛰어올라 ‘풍덩’ 빠지는 모습을 그리며 들떠 있었다. 아! 그리고 부부에겐 결혼 25주년 기념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비정’한 딸은 낮은 목소리로 ‘오지 말라’고 했다.

“엄마, 못오게 해서 미안
대신 연못 물 담아 갈게”

“왜? 지금 비행기 예약해 공항으로 가고 있는데….”

“부담돼. 엄마 아빠가 오시면 우승 못할 수도 있어.”

이미 부부는 한번 미국행 비행기를 취소했었다. 2라운드까지 8언더파를 치면 우승할 가능성이 높아 응원하기로 해 비행기 예약을 했는데 7언더파를 치자, 딸이 오지 말라고 해 취소했다. 그러나 3라운드 성적이 좋아 다시 예약했는데, 딸은 또 오지 말라고 한 것이다. 결국 부부는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딸의 경기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봐야 했다.

그래서였을까? 박인비의 마지막날 샷과 퍼팅은 새털처럼 가볍고, 내비게이션을 단 것처럼 정확했다. 펄펄 날았다. ‘툭툭’ 치면 홀 근처에 공이 떨어졌고, 거리에 관계없이 퍼터에 부딪친 공은 ‘둘둘’ 굴러 홀을 찾아 들어갔다. 그리고 부모 대신 항상 곁을 지키는 코치이자 약혼자인 남기협(32)씨의 손을 잡고 연못에 뛰어들었다.

8일(한국시각)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 올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은 ‘조용한 암살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박인비의 독무대였다.

박인비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장(파72·6738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3개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15언더파를 기록하며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을 4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통산 우승 5승. 상금 30만달러를 챙긴 박인비는 단숨에 세계 랭킹 2위에 올랐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은 유선영(27·정관장)이 해 2년 연속 한국 선수가 우승한 셈이다.

2008년 메이저대회인 유에스(US)여자오픈에서 최연소 나이로 우승하며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 박인비는 이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우승 소식이 없다가 4년 만인 2012년에 2승을 올렸고, 지난 2월 혼다 타일랜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박인비는 우승 세리머니를 한 뒤 어머니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오지 말라고 해 미안해요. 대신 연못의 물을 페트병에 담아 갈게요”라고 말했다. 박인비와 부모는 17일부터 하와이에서 열리는 엘피지에이 롯데 챔피언십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박인비를 포함해 한국 선수 5명이 10위 안에 들었다. 유소연은 4라운드에서만 보기 없이 7타를 줄였고, 강혜지(23·한화)는 최종합계 6언더파로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신지애는 5언더파 283타로 박희영(26) 등과 공동 7위에 자리했다. 메이저 대회 가운데 나비스코만 정복하지 못한 박세리(36·KDB금융그룹)는 공동 19위(3언더파)를 차지했고, 최나연은 스테이시 루이스 등과 공동 32위(1언더파)에 그쳤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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