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24)
미국여자프로골프 올시즌 첫 메이저 대회서 승리
골프가 저렇게 쉬울 수가?
메이저 대회 우승도 저렇게 쉬울 수가?
‘툭툭’ 치면 홀 근처에 공이 떨어졌고, 거리에 관계없이 퍼터에 부딪친 공은 ‘둘둘’ 굴러 홀을 찾아 들어갔다.
가볍고 경쾌한 스윙에 이어 버디를 하고도, 우승을 하고도 표정에 거의 변화가 없던 박인비(25).
미국여자프로골프 올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은 박인비의 독무대였다.
올시즌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선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와 ‘절대 강자’ 쩡야니(대만), 세계 랭킹 3위 최나연(26·SK텔레콤)도 이번 나비스코에서는 조연도 아닌 엑스트라에 만족해야 했다.
4타차 압도적인 우승을 확정지은 박인비는 힘차게 연못에 몸을 던졌다.
‘풍덩’하고 박인비가 자신의 캐디와 감독 등과 함께 물에 빠지자 수천명의 갤러리들은 새로운 연못의 주인공에 힘찬 박수를 보냈다.
이 대회 관행대로 우승자가 그린 옆 연못인 ‘호수의 숙녀들’(The Ladies of The Lake)’에 입수한 박인비는 환하게 웃었다. 넉넉하고 여유롭게 표정을 지은 박인비는 생애 두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의 단맛을 그렇게 ‘축축하고 맛깔스럽게’ 만끽했다.
지난해 이대회 우승은 유선영(27·정관장)을 차지해 한국 선수가 이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박인비는 8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골프장(파72·6738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3개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15언더파를 기록한 박인비는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을 4타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우승 승수는 5.
우승상금 30만달러를 챙긴 박인비는 단숨에 세계랭킹 2위로 오르며 정상 정복에 한걸음 다가갔다.
2008년 메이저대회인 유에스(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 박인비는 이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우승 소식이 없다가 4년만인 2012년에 2승을 올렸고, 지난 2월 혼다 타일랜드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 대회에서는 지난해 유선영(27·정관장)에 이어 2년 연속 한국 선수가 ‘호수의 여인’으로 우뚝 섰다.
올 시즌 엘피지에이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은 개막전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신지애(25·미래에셋)와 2승을 올린 박인비가 6개 대회 중 3승을 합작했다.
이 대회 1라운드에서 공동 6위로 출발한 박인비는 2라운드부터 단독 선두에 나서며 일찍감치 우승을 예고했다.
3라운드까지 단독2위인 리셋 살라스(미국)을 3타차로 앞선채 마지막 라운드에 들어선 박인비는 첫 홀과 두번째 홀을 버디로 장식하며 경쟁자 없는 질주를 시작했다.
박인비는 6번홀(파4)에서첫 보기를 기록했으나, 8번홀(파3)에서는 약 8m의 버디퍼트를 집어넣어 한 타를 줄였다. 9번홀(파5)에서는 세 번째 샷을 1m에 붙이면서 다시 버디를 기록한 박인비는 10번홀(파4)에서는 티샷을 벙커에 빠뜨리고 한 타를 잃었으나, 12번홀(파4)에서 다시 먼 거리의 버디퍼트를 성공했다. 이어 13번홀(파4)에서도 9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을 홀 3m가량에 붙혀 다시 한번 버디를 기록했다. 17번홀(파3)에서는 1m가 되지 않는 파퍼트를 넣지 못해 보기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마지막 홀(파5)을 파로 마무리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박인비를 포함해 한국 선수 5명이 10위 안에 들었다. 유소연은 4라운드에서만 보기 없이 7타를 줄였고, 강혜지(23·한화)는 최종합계 6언더파로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신지애는 5언더파 283타로 박희영(26) 등과 공동 7위에 자리했다.
메이저 대회 가운데 나비스코만 우승을 못한 박세리(36·KDB금융그룹)는 공동 19위(3언더파 285타)를 차지했고, 최나연은 스테이시 루이스 등과 공동 32위(1언더파 287타)에 그쳤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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