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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골프

‘왼팔 불운’ 이겨낸 집념의 골퍼 한민규

등록 2013-02-18 19:38수정 2013-02-19 09:41

가난과 부상을 딛고 8년 만에 우승의 기쁨을 맛본 한민규 프로(왼쪽)가 20년간 스승인 김홍식 한국프로골프협회 부회장과 감격의 포옹을 하고 있다.
가난과 부상을 딛고 8년 만에 우승의 기쁨을 맛본 한민규 프로(왼쪽)가 20년간 스승인 김홍식 한국프로골프협회 부회장과 감격의 포옹을 하고 있다.
11년전 US오픈 예선 앞두고
교통사고로 대수술 아픔
재활 끝에 한국프로에 입문
윈터투어 연장 승부끝 우승
“꽝!” 순간 차체가 크게 흔들렸다. 왼팔에 엄청난 통증이 왔다.

왼팔 뼈가 부러진 것 같았다. “오 하나님, 운동을 제발 계속하게 해주세요.” 기도가 절로 나왔다. 골퍼에게 팔 부상은 치명적. 바로 내일은 유에스(US)오픈 골프대회 지역 최종예선. 그 예선만 통과하면 한국인으로서는 최연소 유에스오픈 출전 선수가 됐는데….

네거리에서 부주의하게 좌회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냈다. 기대를 저버리고 왼쪽 팔꿈치 위의 뼈가 세 조각 났다. 골퍼로서의 인생도 끝난 것 같았다. 얼마나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지난 2002년 5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골프 유학 중이던 당시 고교 3년생 한민규(29)는 유에스오픈 출전을 눈앞에 두고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누구를 탓할 수 없는 본인 과실이었다. 다행히 의사는 재활치료만 잘하면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한민규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 한준희(55)씨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 또래에 비해 덩치가 컸고, 운동 신경도 뛰어나 싹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곧 먹구름이 몰려왔다. 아버지 사업이 망한 것이다. 중학교 2학년생이던 한민규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 골프를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으나 좌절하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공사판에 나갔다. 마침 아버지 친구분이 하시는 건설 현장이라, 어린 민규의 사정 이야기를 듣고 일거리를 줬다. 종일 벽돌을 날랐다. 하루 임금 3만5천원. 일을 마치면 온몸이 성치 않았으나 이를 악물고 골프 연습을 했다. 점심시간엔 혼자 화장실에 들어가 보잘것없는 도시락을 먹었다. 교통비도 아껴 걸어다니며 한푼 두푼 모아 운동을 했다.

그렇게 어렵게 골프를 계속해 미국 유학까지 왔는데 교통사고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그러나 한민규는 포기하지 않았다. 1년간 재활을 했다. 왼팔은 곧게 펴지지 않았지만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그리고 2005년 한국에서 프로테스트를 통과했다. 수술을 받은 왼팔은 아무리 운동해도 근육이 생기지 않는다. 교통사고 후유증 탓이다.

그런 왼팔을 갖고 한민규는 마침내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15일 타이 카오야이 마운틴크리크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TG) 윈터투어 2차 대회에서 타이의 우돈 두앙데차와 연장전 승부 끝에 우승한 것이다. 1차 대회에서도 연장전 접전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던 한민규는 2차 대회 연장 두번째 홀에서 4m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고 환호했다.

그리고 타이 갤러리(관중) 사이에 있던 자신의 골프 스승인 김홍식 한국프로골프협회 부회장에게 달려가 깊은 포옹을 했다. 지난 20년간 자신에게 골프를 가르쳐준 아버지 친구이자 은사이다.

2005년 2부 투어인 챌린지 투어 우승 이후 8년 만에 맛보는 우승 감격이다.

“눈물을 참았어요. 이제 1부 투어에서 우승하면 아꼈던 눈물을 모두 쏟아낼 겁니다.”

두살 어리지만 이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상문 프로를 존경한다는 한민규는 국내 무대 정상에 오른 뒤, 일본과 미국 무대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대회가 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어요. 자신감이 생기네요.”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며 한민규는 수술 자국이 선명한 왼팔을 쓰다듬었다.

카오야이(타이)/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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