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한살의 동갑내기 프로골퍼 문경준(왼쪽)과 이정오가 13일 타이의 카오야이 마운틴크리크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한국 남자프로골프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30대 프로골퍼들에 듣는 골프세계
상금 받아도 경비 빼면 적자
스폰서 없어 국내대회 줄어
외국대회 자격 테스트 북적
상금 받아도 경비 빼면 적자
스폰서 없어 국내대회 줄어
외국대회 자격 테스트 북적
이정오(31)와 문경준(31).
동갑내기 둘은 프로골퍼이다. 1년 된 신혼의 남자들이고, 같은 회사(테일러메이드)의 후원을 받는다. 프로골퍼가 되기까지 어릴 때부터 부모님한테서 받은 지원은 훨씬 많았다. 보답하고자 그 어렵다는 프로테스트를 통과했다. 사람들은 프로골퍼라 경제적인 여유도 많을 것이라고 부러워한다. 정말 그럴까?
올해 신설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윈터투어’ 2차 대회가 열리는 타이 카오야이 마운틴크리크 골프장. 13일 1라운드를 마치고 클럽하우스에서 둘이 털어놓은 한국 남자 프로골퍼들의 실상과 하소연을 엿들었다.
이정오 겨울 훈련차 대회에 왔는데, 문 프로는 어떻게 왔나?
문경준 지난해 국내 남자대회가 별로 없었잖아. 별로 돈을 못 벌었지. 마침 겨울대회가 있다길래 참가했어.
이 나도 그래. 1년 전 결혼했는데 아내에게 면목이 없어. 6개 국내 대회에 나가 800만원 벌었어. 한 대회에 참가비, 캐디 수고비, 교통비, 숙박비로 150만원에서 200만원 내고 나면 항상 적자야. 레슨 과외를 하면 돈을 벌 수 있지만 경기에 집중 못해 성적이 더 나빠지니 못하지.
문 지난해 3등도 한번 해 3900만원의 상금을 벌었어. 상금 랭킹 52위야. 하지만 대회 경비 빼면 생활비 충당하기도 쉽지 않네. 우승하면 나아지지만 우승이 쉽나. 가끔 프로 된 것을 후회하기도 해. 은행 융자를 받는 동료 프로들을 보면 더 늦기 전에 골프용품업체 직원으로 취직할까 고민도 하지.
이 국내 남자골프가 여자보다 훨씬 인기가 많았는데 몇년 전부터 역전됐지. 대회도 지난해 13개로 줄었고, 순수 국내대회는 6개밖에 안 되지. 그나마 시드(출전권)가 없는 대부분의 프로골퍼는 출전 기회도 드물어. 반면 여자대회는 20개를 웃돌아. 여자 프로들이 부러워도 너~무 부러워.
지난해 프로골퍼 수입 내역을 보면, 1억원 이상 번 여자 프로는 33명인 데 반해 남자 프로는 17명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남자 프로골퍼들은 외국으로 나가려고 기를 쓰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 프로투어 자격 테스트에는 무려 100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지난달 아시아 투어 테스트에도 120명이 몰렸다. 외국 테스트에 참가하려면 500만원 이상 드는데, 그야말로 대탈출이다.
문 이러다가 국내 대회는 고사할지 몰라. 악순환이지. 선수가 없으니 스폰서가 안 나서고, 스폰서가 없으니 대회는 줄어들고.
이 골프는 어떻게 시작했니? 난 초등학교 때 야구를 하다가 골프 좋아하는 아버지의 권유로 중학교 졸업 뒤 뉴질랜드로 가서 골프를 배웠어. 2008년 프로가 됐지만 두각을 낸다는 것은 정말 어려워.
문 고등학교 때까지 테니스 선수를 했어. 대학에서 골프를 시작했고, 졸업 뒤엔 골프장에서 손님 차의 골프백을 내려주는 일도 했지. 프로테스트 3번 도전 만에 통과했어.
이 이 대회 우승하면 2만달러 받으니 우승하고 싶다.
문 꼭 우승하길 바라. 나도 힘을 낼게!
코리안 원터투어는 골프대회 대행사인 쿼드스포츠의 이준혁(41) 대표가 메인 스폰서 없이 10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새로 만들었다. 정규가 아닌 미니투어 형식이다. 한국프로골프협회 정회원과 세미프로 등 800여명이 출전했다. 이 대표는 “프로야구의 스프링 시즌처럼 남자 골프선수들에게 겨울 전지훈련 겸 소득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들었다. 한국 남자 골프가 옛 영광을 찾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차례 대회에서 상금랭킹 상위 3명에게 국내 프로투어 전경기 출전권을 준다.
카오야이(타이)/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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