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으로서 프로무대를 휘젓는 ‘괴물 골퍼’ 김효주가 19일 서울 강남의 한 20층 빌딩 옥상에서 펜싱 선수가 검을 쓰듯이 드라이버를 자유롭게 움직이며 찌르고 있다. 10월 프로 데뷔 뒤 최단 기간 우승 기록을 작성한 탓인지 표정이 밝다.
올해 한·일·대만 골프대회 우승
박세리·김미현 기록 줄줄이 경신
‘신지애 5관왕’ 깰 유력후보 꼽혀
“내년 국내무대 신인왕 되고 싶어”
퍼팅 보완 위해 전문 캐디 물색중
박세리·김미현 기록 줄줄이 경신
‘신지애 5관왕’ 깰 유력후보 꼽혀
“내년 국내무대 신인왕 되고 싶어”
퍼팅 보완 위해 전문 캐디 물색중
“야자나무 꼭대기에 별을 달고 캐럴을 부를 거예요.”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겨울철 훈련을 위해 타이 방콕으로 떠난 ‘슈퍼 루키’ 김효주(17·롯데·대원외고 2)에게 성탄절은 아직도 사춘기 소녀의 낭만이었다.
올해 한국은 물론 일본과 대만의 프로무대를 동시에 휘어잡으며 여자프로골프 무대의 초강력 신인으로 등장한 김효주가 칼을 더욱 날카롭게 세우기 위해 달콤한 연말 휴가를 반납하고 열대의 나라로 떠났다.
“체력 훈련을 더 해 드라이버 거리를 늘리려고요. 이제 본격적으로 프로무대를 뛰어야 하잖아요. 호호호.” 자신감이 넘친다.
지난 19일 오후 해질 무렵, 매서운 영하의 칼바람이 몰아치는 서울 강남의 한 20층 빌딩 옥상에 오른 김효주는 드라이버 채를 한 손에 들고 허공을 찔렀다. 마치 펜싱 선수가 달려드는 상대방 가슴을 향해 날카로운 검 끝을 찌르듯이, 김효주의 묵직한 드라이버 채는 사납게 몰아치는 겨울바람을 경쾌하게 갈랐다. “골퍼가 이런 포즈 해도 되나요?”
올해 김효주의 등장은 예사롭지 않았다. 지난 4월 국내 여자프로골프 투어 개막전인 롯데마트 오픈에서 쟁쟁한 프로 언니들을 제치고 17살 여고생 신분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프로 잡는 아마추어’ 김효주는 일본의 산토리 레이디스 오픈과 대만의 스윙잉 스커츠 오픈에서도 우승하며 여고생으로는 처음 한, 일, 대만의 프로무대를 제압했다. 미국여자프로투어인 에비앙 마스터스에서도 공동 4위에 오르며 세계무대에서의 가능성을 과시한 김효주는 지난 10월 롯데그룹과 연봉 5억원에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 박세리가 삼성과 맺은 3억원(1996년) 기록(신인 최고연봉)을 갈아치운 것이다. 파죽지세의 김효주는 지난 16일 현대차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에서 프로 데뷔 후 2개월 11일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하며 김미현이 갖고 있던 역대 최단기간 우승 기록(2개월 18일)도 새로 썼다.
“어렸을 때부터 공을 갖고 노는 것을 좋아했어요. 축구, 농구는 항상 학급 대표선수였어요.”
아버지 김창호(54)씨를 따라다니며 6살 때부터 골프채를 다루기 시작한 김효주는 국가대표 주니어 상비군, 국가대표를 거치며 ‘골프 천재’라는 별명을 달고 다녔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프로무대에서 언니들과 공을 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프로무대라고 긴장하거나 낯설지 않았어요.”
표정이 좋다. 멘털 스포츠라는 골프에서 최정상에 선다는 것은 누구보다 정신력에서 앞서 있다는 이야기이다. 어린 나이에 저런 정신력이니 모두들 김효주를 미셸 위 이후 최고의 선수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키가 2㎝ 정도 컸으면 좋겠어요.” 현재의 키 166㎝인 김효주는 키만 좀 컸으면 좀더 긴 드라이버 거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워한다. 그런 아쉬움을 이번 겨울 체력 훈련을 통해 보충하려고 한다. “물론 퍼팅도 보완해야 해요. 그래서 전문 캐디를 물색하고 있어요.”
새해 김효주의 바람은 국내 무대 신인왕을 차지하는 것. 국내 무대에서 기록왕은 신지애(24·미래에셋)였다. 신지애는 시즌 최다승(2008년·7승)과 ‘5개 부문 타이틀 독식’(2006년, 대상·상금왕·다승왕·신인왕·최저타수상) 기록을 갖고 있다. 김효주는 애써 신지애의 기록을 욕심내지 않는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신지애 기록을 무너뜨릴 주인공으로 김효주를 꼽는 데 이견이 없다. 올해 국내 프로무대가 절대강자 없는 춘추전국시대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고층 빌딩 옥상의 칼바람 속에서 찍힌 사진을 본 김효주는 포즈가 마음에 안 든다며 두터운 외투를 다시 벗어던진다. 옆에 있던 매니저가 소리친다.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김효주는 나이는 어리지만 이미 내공이 깊은 프로였다. 글·사진 이길우선임기자 nihao@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수공에 떠넘긴 4대강 빚 때문 수도요금 인상”
■ 장동건 드라마 회당 1억원…연예계 출연료 ‘양극화’ 극심
■ “박근혜 정책이 MB와 다름 보여줘야 노동자죽음 막는다”
■ 박원순 시장 “박근혜 당선인, 온 대한민국 대통령 돼 달라”
■ 문재인, 비대위원장 지명 않기로
■ ‘솔로 대첩’ 참가자에 “왜 나왔냐?” 물었더니
■ 옷이든 뭐든 찬밥, 미안하다 아들 2호야
■ “수공에 떠넘긴 4대강 빚 때문 수도요금 인상”
■ 장동건 드라마 회당 1억원…연예계 출연료 ‘양극화’ 극심
■ “박근혜 정책이 MB와 다름 보여줘야 노동자죽음 막는다”
■ 박원순 시장 “박근혜 당선인, 온 대한민국 대통령 돼 달라”
■ 문재인, 비대위원장 지명 않기로
■ ‘솔로 대첩’ 참가자에 “왜 나왔냐?” 물었더니
■ 옷이든 뭐든 찬밥, 미안하다 아들 2호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