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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골프

사위 골퍼와 장인 캐디

등록 2012-09-12 19:54

 지난 9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골프장에서 열린 채리티 하이원리조트 오픈 마지막날, 사위 최호성 프로가 친 샷을 장인 황용훈 캐디가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지난 9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골프장에서 열린 채리티 하이원리조트 오픈 마지막날, 사위 최호성 프로가 친 샷을 장인 황용훈 캐디가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엄지손가락 장애 최호성씨
골프장 영업하다 골프 배워
장인은 사업하다 전담캐디
손발 척척…프로 2승 합작
최호성 골프선수(왼쪽), 황용훈 캐디(오른쪽)
최호성 골프선수(왼쪽), 황용훈 캐디(오른쪽)
선수 나이(40)와 캐디 나이(60) 합쳐 100살이다. 둘은 국내 유일한 장인과 사위 짝이다.

지난 10일 강원도 하이원골프장에서 끝난 채리티 하이원리조트 오픈에서 공동 4위를 차지한 최호성 프로는 자신의 캐디인 황용훈씨를 꼭 ‘아버지’라고 부른다.

“아버지, 5번 아이언 주세요.” 무거운 캐디 백을 메고 사위 뒤를 힘차게 따라온 장인은 골프채를 빼주며 한마디 한다. “최 프로, 그린 왼쪽을 겨냥하게나.”

수염이 덥수룩한 사위는 이미 5년째 장인 캐디와 손발을 맞추고 있다. 둘 사이는 친구 같다. 사위가 가까운 퍼팅을 놓쳐 아쉬워하면 장인은 말없이 안타까워한다.

자신의 딸보다 8살 많은 젊은이가 딸을 달라고 했을 때, “프로 골퍼이니 딸을 굶기진 않겠군”이라며 결혼을 승낙했던 장인이 사위 캐디 백을 메기 시작한 것은 5년 전. 2007년 금강산 아난티골프장에서 열린 NH농협오픈에서 처음 캐디 역할을 했다. 핸디캡 13의 주말 골퍼였던 황용훈씨의 아버지 고향이 평북 정주였기에 사위 최호성 프로는 그때까지 캐디였던 동생 대신 장인을 캐디로 ‘모시고’ 북한 땅을 밟았다. 그 대회 공동 8위 이후, 장인은 자동차 부품 판매 사업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사위 전담 캐디로 나섰다.

장인은 오른손 엄지손가락 첫 마디가 없는 장애인 4급의 사위가 믿음직하기만 하다. 사위는 20살에 전기톱으로 냉동 참치를 절단하는 일을 하다가 손가락을 잃었다. 이후 골프장 현관에서 내장객 골프백을 받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성실함을 인정받아 정식 직원이 됐고, 골프장 영업 사원을 하다가 골프를 뒤늦게 배웠다. 골프채를 잡은 지 1년3개월 만에 사위는 프로가 됐다. 그는 독학으로 골프를 배웠다. 골프 잡지에 나온 세계적인 프로들의 스윙 모습을 선생으로 삼았다. 25살에 골프채를 처음 잡아 그 어렵다는 프로 테스트에 최단기간에 합격했다. 어린 나이부터 체계적으로 골프 교육을 받지 못한 탓인지 사위의 스윙 폼은 그다지 ‘프로답지’ 못하다. 그럼 어떠랴. 사위와 장인은 이미 국내무대에서 2승을 합작했다.

2001년 프로 테스트에 합격한 지 8년 만에 처음 SBS 하나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사위와 장인은 우승 포옹을 나눴고, 지난해 레이크힐스 오픈에서 통산 2승째를 올렸다. 남들은 장애를 극복한 의지의 승리라고 칭찬하지만 장인은 사위의 성실함에 가장 큰 점수를 준다. “한 번도 경기 중에 의견이 대립해 속상한 적이 없다. 술·담배도 끊고, 오로지 골프에만 전념하는 사위가 자랑스럽다.” 이미 두 손주를 선물해 준 사위에 대한 장인의 자랑은 끝이 없다.

사위도 ‘아버지’가 고맙기만 하다. “가까이에서 힘이 되어 주시기에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내 골프 인생에서 아버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아버지께 투정을 부려도 다 받아주신다”며 장인 손을 꼭 잡는다.

장인과 사위는 13일부터 나흘간 강원도 횡성 오스타골프리조트에서 열리는 동부화재프로미오픈(총상금 4억원)에 출격한다. 통산 3승 합작을 꿈꾸며….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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