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 보였다. 4라운드 남은 4홀만 잘 넘기면 은빛 주전자인 ‘클라레 저그’의 주인공이 되는 상황. 그러나 샷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15~18번홀 연속 보기. 결국 다 잡았던 우승트로피는 다른 선수 차지가 되고 말았다.

141회 브리티시오픈(The Open)에서 호주의 애덤 스콧(32)이 우승 문턱에서 무너졌다. 대신 ‘황태자’ 어니 엘스(43·남아공)가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22일(현지시각) 영국 랭커셔의 로열 리덤 앤드 세인트 앤스 링크스(파70·7086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 스콧한테 6타 뒤진 채 4라운드를 시작한 엘스는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2타를 줄이며 합계 7언더파 273타(67+70+68+68)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보기 7개와 버디 2개로 5타를 잃은 스콧을 1타 차 2위(64+67+68+75)로 밀어냈다.

2002년에 이어 10년 만에 브리티시오픈 챔피언에 오른 엘스는 1994년과 1997년 유에스(US)오픈을 포함해 통산 네번째 메이저대회 정상에 섰다. 덩치가 크면서도 부드러운 스윙을 선보여 ‘빅 이지’(Big easy)로 불리는 엘스는 경기 뒤 “얼떨떨하다. 10년 동안 이 자리에 서지 못했는데…. 미쳤어, 미쳤어” 하며 좋아했다.

엘스의 우승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출발한 챔피언조의 애덤 스콧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14번홀(파4)에서 3.5m짜리 버디 퍼트를 성공시킬 때만 해도 스콧은 경기를 끝낸 엘스(7언더파)보다 훨씬 앞선 10언더파였다. 하지만 15~18번홀 연속 보기로 기회를 날렸다. 18번홀(파4)에서 2m 거리의 파 퍼트를 놓치면서 연장전 희망도 사라졌다. 3라운드까지 위력을 보여줬던 그의 ‘롱퍼터’가 흔들린 게 치명상이 됐다. 스콧은 경기 뒤 “너무 실망스럽다. 이런 것이 골프 아니겠느냐”고 아쉬워했다.

통산 15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노리던 타이거 우즈(미국)는 벙커에 발목이 잡혀 공동 3위(3언더파 277타)에 그쳤다. 6번홀(파4)에서 두번째 샷이 그린 옆 벙커에 빠지며 트리플 보기를 했다. 키 높이 벙커 안에서 시도한 세번째 샷이 벙커 턱을 맞고 다시 떨어졌고, 벙커 밖에서 무릎을 꿇는 어색한 자세로 네번째 샷을 해야만 했다.

최경주(42·SK텔레콤)는 최종합계 공동 39위(5오버파), 배상문(26·캘러웨이골프)은 공동 64위(9오버파)로 마쳤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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