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m거리 러프에서 튀어올라 집 찾아가듯 빙글빙글…쏙
메모리얼 16번홀서 대역전 발판
통산73승 니클라우스와 공동2위 오랜만에 보는 시원하고 통쾌한 어퍼컷 세리머니였다. 붉은 셔츠의 호랑이는 회심의 그린 주변 플롭샷이 기적같이 홀을 찾아 흘러들어가자, 허공을 향해 주먹 쥔 오른손을 마음껏 휘둘렀다. 오랫동안 참았던 기운찬 함성도 질렀다. 그것도 모자라 이리저리 뛰며 승리를 예고하는 기쁨의 몸짓을 아끼지 않았다. 주변의 수많은 갤러리들은 신기에 가까운 우즈의 플롭샷 버디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마도 미국프로골프(PGA) 사상 최고의 ‘결정적인 샷’으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암흑같은 섹스 스캔들을 딛고 일어선 우즈의 대역전극은 잭 니클라우스의 73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기록으로 이어졌다. 타이거 우즈(37·미국)는 3일(한국시각) 새벽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장(파72·7265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총상금 620만달러) 마지막 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은 121만6000달러. 이 대회 5번째 우승을 일궈낸 우즈는 지난 3월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 이어 올 시즌 2번째이자 개인 통산 73승째를 기록했다. 이로써 피지에이 통산 82승을 거둔 샘 스니드에 이어 잭 니클라우스(73승)와 함께 피지에이 최다승 부문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우즈의 승부사적 기질이 마음껏 발휘된 대역전극이었다. 선두에게 4타 뒤진 채 마지막 라운드에 들어선 우즈는 자신보다 한 홀 뒤인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한 로리 사바티니(36·남아공)와 스펜서 레빈(28·미국)이 다투는 사이 침착하게 역전의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
15번홀 파5에서 버디를 하며 선두 사바티니를 한 타 차로 따라잡은 우즈가 골프 역사상 길이 남을 플롭 버디 샷을 한 것은 16번홀(파3·183m). 플롭샷은 라이가 좋지 않은 지점에 떨어진 공을 띄워 목표한 지점에 떨어뜨린 뒤 굴러가는 방향과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고난도 샷 기술이다.
8번 아이언 티샷을 그린 주변 러프에 떨어뜨린 우즈는 신중하게 그린을 살펴본 뒤 어드레스를 했다. 상황은 안 좋았다. 15m 떨어진 홀은 심한 내리막 그린의 아래쪽. 게다가 공은 반쯤 러프에 잠겼다. 공을 굴릴 경우 심하면 그린 반대편의 물까지 굴러갈 수 있는 악조건. 60도 웨지의 클럽 페이스를 크게 열고 우즈는 거의 풀 스윙을 하며 공을 높이 띄웠다. 과감하고도 자신감 넘치는 스윙이었다. 러프를 벗어나 높이 이륙한 공은 3m 높이로 떳다가 그린의 중간지점에 안착했고, 서서히 굴러가기 시작했다. 마치 공은 자신이 굴러갈 코스를 세밀하게 관찰하듯 최대한 속도를 늦춰 오른쪽, 왼쪽, 다시 오른쪽으로 미세하게 방향을 바꾸며 홀로 향했다. 그러곤 아주 익숙한 표정으로 지름 10.8cm의 홀에 스며들었다. 믿기 어려운 버디였다. 순간 우즈는 감추기 어려운, 본능에 가까운 포효를 했고, 골프장은 거센 함성으로 뒤덮였다. 이를 지켜본 니클라우스로부터 “이곳에서 내가 본 것 중 가장 멋진 샷”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 버디로 공동선두에 올라선 우즈는 17번홀에서도 침착하게 파를 지켰고, 우즈의 기세에 눌린 사바티니는 16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한 타 뒤졌다. 사실상 승부가 끝난 것이다.
우즈가 지닌 승부사로서의 잔인함은 마지막홀까지 이어졌다. 18번홀(파4)에서도 우즈는 두번째 샷을 홀 5m에 떨어뜨린 뒤, 먹잇감의 숨통을 끊어놓은 버디로 자신의 완벽한 부활을 전세계에 과시했다. 그러곤 눈물을 글썽인 우즈는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며 클럽을 갤러리들에게 번쩍 들어 올리며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최경주(42)는 2오버파 290타로 공동 19위, 노승렬(21)과 위창수(40)는 각각 7오버파 295타를 쳐 공동 52위로 부진했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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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73승 니클라우스와 공동2위 오랜만에 보는 시원하고 통쾌한 어퍼컷 세리머니였다. 붉은 셔츠의 호랑이는 회심의 그린 주변 플롭샷이 기적같이 홀을 찾아 흘러들어가자, 허공을 향해 주먹 쥔 오른손을 마음껏 휘둘렀다. 오랫동안 참았던 기운찬 함성도 질렀다. 그것도 모자라 이리저리 뛰며 승리를 예고하는 기쁨의 몸짓을 아끼지 않았다. 주변의 수많은 갤러리들은 신기에 가까운 우즈의 플롭샷 버디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마도 미국프로골프(PGA) 사상 최고의 ‘결정적인 샷’으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암흑같은 섹스 스캔들을 딛고 일어선 우즈의 대역전극은 잭 니클라우스의 73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기록으로 이어졌다. 타이거 우즈(37·미국)는 3일(한국시각) 새벽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빌리지 골프장(파72·7265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총상금 620만달러) 마지막 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은 121만6000달러. 이 대회 5번째 우승을 일궈낸 우즈는 지난 3월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 이어 올 시즌 2번째이자 개인 통산 73승째를 기록했다. 이로써 피지에이 통산 82승을 거둔 샘 스니드에 이어 잭 니클라우스(73승)와 함께 피지에이 최다승 부문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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