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R 강풍에 ‘고전’ 언더파 선수, 손에 꼽을 정도
스코틀랜드 하늘이 웃었다. 베테랑 골퍼들의 얼굴에도 해가 떴다. 하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악명 높은 바람의 역습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16일 저녁(이하 한국시각)부터 스코틀랜드 에어셔 턴베리 링크스 에일사코스에서 시작된 138회 브리티시오픈. 첫날에는 ‘역전의 용사’들이 힘을 냈다. 미겔 앙헬 히메네스(45·스페인)는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낚아내며 6언더파 64타를 기록했다. 브리티시오픈에서만 5차례 우승했던 톰 왓슨(60·미국)도 5언더파 65타를 쳤다. 마크 캘커베키아(49)와 마크 오마라(52·이상 미국)도 나란히 3언더파 67타 공동 10위에 오르며 ‘올드보이들의 귀환’에 동참했다. 경험이 풍부한 이들은 바람이 전혀 불지 않는 화창한 날씨에서 자신들의 실력을 맘껏 뽐냈다.
하지만 둘쨋날(17일)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1라운드 156명 참가자 중 3분의 1가량인 50명에게 언더파를 허용했던 에일사코스가 드디어 숨겨왔던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해변가에 불어온 바람의 세기가 선수들의 샷을 어렵게 만들었다. 오전에 티오프한 선수들 중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아주 드물었다. 첫날 왓슨과 공동 2위에 올랐던 벤 커티스(미국)는 무려 10타를 잃었다. 1·2라운드 합계 5오버파 145타로 컷 탈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히메네스도 3타를 까먹어 중간합계 3언더파 137타가 됐다. 첫날의 영웅 왓슨은 13번 홀까지 2타를 잃었다.
앤서니 김(24·나이키골프)은 첫날 퀸튜플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앤서니는 18번 홀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하는 등 1라운드 때와 똑같이 3오버파 73타를 쳐, 중간합계 6오버파 146타가 됐다. 그는 1라운드 파4 2번 홀(428야드)에서 티샷이 러프에 빠지고, 두 번째 샷이 페어웨이 벙커에 들어가 여기서만 3타를 친 뒤 6타 만에 온그린에 성공해 3퍼팅을 하는 등 치명적인 퀸튜플(5오버파)을 저질렀다. 최경주(39·나이키골프)도 6오버파로 1·2라운드를 마쳤다.
1라운드에서 1오버파 71타를 기록한 타이거 우즈(미국)는 10번 홀까지 버디 1개,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로 3타를 더 잃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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