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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수해 마법’ 걸린 US오픈, 무관 글로버 웃다

등록 2009-06-23 20:46수정 2009-06-23 20:47

루카스 글로버(오른쪽)가 23일(한국시각) 유에스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뒤 캐디 돈 쿠퍼를 끌어안으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뉴욕/AP 연합
루카스 글로버(오른쪽)가 23일(한국시각) 유에스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뒤 캐디 돈 쿠퍼를 끌어안으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뉴욕/AP 연합
글로버 생애 첫 메이저 우승…미켈슨 준우승만 5번째
2000년 이후 홀수해마다 무관의 골퍼 우승 기록 이어가
1주일에 평균 두 권의 책을 읽고, 신문에 나온 낱말맞추기를 몇 분 안에 쓱싹 해치우는 남자. 뉴욕 양키스를 좋아해서 골프를 치다가 압박이 심할 때면 캐디와 야구 이야기를 하며 긴장을 푸는 남자. 그가, 11시간여 동안 차를 몰고 달려온 고향 친구들의 축복을 받으며 유에스(US)오픈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메이저대회 첫 톱10 진입이 바로 우승이었다.

유에스오픈은 홀수해에 또다시 무관의 골퍼에게 미소지었다. 루카스 글로버(30·미국)는 잇따른 비 때문에 예정보다 하루 늦은 23일(한국시각) 뉴욕 파밍데일 베스페이지 스테이트파크 블랙코스(파70·7426야드)에서 끝난 대회에서 최종합계 4언더파 276타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정상을 밟았다. 이로써 유에스오픈은 2000년 이후 홀수해에는 메이저대회 우승 경력이 없는 선수가 트로피를 차지하는 묘한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글로버는 2001년 미프로골프(PGA)투어에 데뷔했지만, 우승은 2005년 단 한 차례(후나이 클래식)밖에 하지 못했다. 메이저대회 출전 최고 성적도 2007 마스터스 대회에서 거둔 공동 20위. 유에스오픈에는 이전까지 3차례 출전했지만, 모두 컷오프됐다. 그래도, 차곡차곡 성적은 내서 유에스오픈 전까지 벌어들인 통산 상금이 800만달러(103억여원)가 넘는다. 이번에 유에스오픈 우승상금(135만달러·17억여원)을 보태면서 1000만달러의 사나이가 됐다. 세계순위도 71위에서 18위로 껑충 뛰었다.


US오픈 골프 최종순위
US오픈 골프 최종순위
글로버는 “타이거 우즈처럼 처음부터 꽃을 활짝 피운 선수가 있는가 하면, 나처럼 점차적으로 꽃망울을 틔우는 골퍼도 있다”며 “이번 대회에 내 안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것 같다”고 했다. 지난 시즌 도중 “아무리 발버둥쳐도 성적이 안 나서” 6개월 정도 투어대회를 결장했는데, 결과적으로 장기 휴식이 그에게 도움이 됐다.

아내가 암투병 중인 왼손잡이 골퍼 필 미켈슨(미국)은 공동 2위(2언더파 278타)에 그쳐 “아내에게 우승트로피를 안겨주겠다”던 약속을 끝내 지키지 못했다. 미켈슨으로선 유에스오픈에서만 5번째 준우승이다. 미켈슨, 리키 반스(미국)와 어깨를 나란히 한 전 세계 1위 데이비드 듀발(미국)은 “내 플레이에 만족하지만, 실망이 크다”고 했다. 듀발은 2002년 이후 처음으로 투어를 포함한 참가 대회 톱10 진입의 성과를 올렸다. 2년 연속 우승을 노렸던 타이거 우즈(미국)는 날씨의 훼방으로 공동 6위(이븐파 280타)로 대회를 마쳤다. 앤서니 김(24·나이키골프)은 공동 16위(3오버파 283타), 최경주(39·˝)는 공동 47위(12오버파 292타)에 머물렀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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