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37)이 9일(한국시각) 혼다클래식 4라운드에서 우승한 뒤 오른손을 치켜들며 기뻐하고 있다. 팜비치가든스/AP 연합
4년연속 Q스쿨 응시 아픔 딛고 혼다클래식 우승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은 9일(한국시각) 18번홀 1m 거리의 파퍼팅을 마친 뒤 멋지게 어퍼컷을 날렸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첫승. 한국선수로는 최경주에 이은 두번째 쾌거다. 바람많은 제주도에서 태어난 그의 인생은 워터해저드, 벙커가 많은 골프코스와 닮았다. 그의 인생 골프코스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 1번홀 오비 그의 나이 19살. 골프장에서 공줍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골프에 빠졌다. 넉넉치않은 귤농사를 하던 부모에게 손을 벌릴 수는 없는 노릇. 연습비를 마련하기 위해 나이트클럽 웨이터도 했다. 그의 앞에 펼쳐진 워터해저드는 너무나 컸었다.
■ 2번홀 파 군복무(방위)로 해안선 경비를 하면서 틈틈이 채를 휘둘렀다. 제대 후 3개월은 뉴질랜드에 머물며 수백번 라운딩한 게 도움이 됐을까. 1996년, 스물네살에 프로테스트에 통과했다.
■ 3번홀 보기 명색이 프로였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1997년 투어에선 꼴찌(60등)도 했다. 손에 쥔 상금도 별로 없었다. 그래서 생활은 궁핍했다. 레슨프로가 낫겠다 싶은 생각도 했지만, 더 큰 목표를 위해 참았다.
■ 7번홀 버디 일본무대로 갔다.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2003년 일본프로골프투어 퀄리파잉(Q)스쿨 수석합격에 이어 2004년부터 우승행진을 이어갔다. 2004년 2승·2005년과 2006년 1승. 상금이 쌓이면서 생활도 안정돼갔다.
■ 9번홀 이글 2006년 11월 중국 상하이 유러피언 투어 개막전 에이치에스비시(HSBC) 챔피언스에서 타이거 우즈(미국)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당시 우즈는 6연승을 달리고 있던 터. 8억원에 가까운 우승상금과 함께 꿈에 그리던 마스터스 출전권(2007년)을 따냈다.
■ 11번홀 더블보기 레드카펫이 깔릴 것 같던 골프인생이 하락세를 맞았다. 2007년 미국에서 번 상금이 고작 5만3480달러. 그는 “목표를 이루고 난 뒤 골프에 대한 열정이 식었고, 샷이 예전같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 15번홀 보기 양용은은 미국에서 뛰려고 4년 연속 Q스쿨에 응시했다. 2005년과 2006년엔 탈락했다. 2007년엔 통과했지만 2008년 상금랭킹이 157위 밖으로 밀려나 2008년말 다시 Q스쿨에 도전해 공동 18위로 상위 25명에게 주어지는 풀시드권을 확보했다. ■ 18번홀 알바트로스 2009년 혼다클래식 마지막 라운드에선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지애의 6타 차 역전우승소식을 접하고 “나도 할 수 있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마지막 4개홀에서 보기 2개로 추격을 허용했지만, 우승은 그의 몫(9언더파 271타)이었다. 2위 존 롤린스(미국·8언더파 272타)와는 한타 차. 우승상금 100만8천달러(16억원)와 투어대회 2년 자동출전권을 확보했다. 그의 앞엔 또다시 어떤 18개의 홀이 펼쳐질까. 우승자 신분으로 치르는 첫번째 도전은 우즈가 시즌 2번째 출전하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CA챔피언십(13~16일)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양용은 프로필
■ 15번홀 보기 양용은은 미국에서 뛰려고 4년 연속 Q스쿨에 응시했다. 2005년과 2006년엔 탈락했다. 2007년엔 통과했지만 2008년 상금랭킹이 157위 밖으로 밀려나 2008년말 다시 Q스쿨에 도전해 공동 18위로 상위 25명에게 주어지는 풀시드권을 확보했다. ■ 18번홀 알바트로스 2009년 혼다클래식 마지막 라운드에선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지애의 6타 차 역전우승소식을 접하고 “나도 할 수 있어”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마지막 4개홀에서 보기 2개로 추격을 허용했지만, 우승은 그의 몫(9언더파 271타)이었다. 2위 존 롤린스(미국·8언더파 272타)와는 한타 차. 우승상금 100만8천달러(16억원)와 투어대회 2년 자동출전권을 확보했다. 그의 앞엔 또다시 어떤 18개의 홀이 펼쳐질까. 우승자 신분으로 치르는 첫번째 도전은 우즈가 시즌 2번째 출전하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CA챔피언십(13~16일)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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