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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골프

18번홀 기적의 이글 카리 웹 품에

등록 2006-04-03 19:25수정 2006-04-03 19:37

미셸위가 지나친 우승컵
진정한 고수는 결코 일찍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자욱한 안개를 헤치고 천천히, 그리고 여유있고 당당한 걸음걸이로 막판 승부에 나선다.

그에겐 행운도, 기적도 실력이다.

그는 한물간 고수였다. 비록 그가 이미 30번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우승을 차지했고, 그 가운데 6번은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하더라도 세상은 그를 주목하지 않았다.

무대 위에는 강렬한 붉은 셔츠에 시원한 스윙을 하는 미셸 위(17·나이키골프)와 멕시코 특유의 초록색 셔츠로 다부진 스윙을 하는 로레나 오초아(32·멕시코), 그리고 영화배우를 연상케 하는 미모의 나탈리 걸비스(23·미국)가 화려한 플레이로 모두를 매료시키고 있었다.

3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 미션힐스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 내비스코 챔피언십 마지막날 4라운드는 막판으로 갈수록 뜨거운 열기를 뿜으며 혼전 속으로 빠져들었다.

한때 단독선두에 나섰던 미셸 위가 16번홀(파4)에서 두번째 샷을 홀에 거의 붙여놓자, 승부가 결정나는 듯 했다. 바로 그때 그 숨었던 고수가 날카로운 비수를 내밀었다. 그는 한때 ‘여자 백상어’로 불리웠던 호주의 카리 웹(32)이었다.

선두에 7타 뒤진 채 마지막 라운드에 들어선 웹은 5개의 버디를 잡으며 한발 한발 선두권을 향해 전진하다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기적의 이글을 만들어낸 것이다. 선두와 1타 뒤진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투온을 노리지 않고 두번째 샷을 자신이 좋아하는 116야드를 남긴 거리에 떨군 웹은 피칭 웨지로 깃대를 향해 침착하게 샷을 날렸다.


새내기 미셸 위 3위 그치고
카리 웹 버디 5개등 막판 역전승

허공을 가른 그 공은 마치 자기 집에 찾아가 듯, 서너번 그린을 구른 뒤 그 지름 10.8㎝의 조그만 구멍에 모습을 감췄다. 순간 갤러리는 모두 일어나 감탄의 함성을 질렀고, 이글을 확인한 웹은 껑충껑충 뛰며 캐디의 가슴에 안겼다.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요. 그리곤 황홀경에 빠졌어요.”

두 홀 뒤에서 버디의 기쁨을 만끽하던 미셸 위는 갑작스런 그 함성 소리가 불안했다. 9언더파로 선두에 나선 웹은 차분하게 연장전을 준비했다. 함정을 만들어 놓고 사냥감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웹의 이글에 선두를 다투던 3명은 흔들렸다. 버디를 잡아야 연장전에 갈 수 있었다.

멕시코의 희망 오초아는 마지막 홀에서 희망을 불씨를 살렸다. 승부를 건 우드 두번째 샷이 홀에서 불과 2.4m 떨어진 것이다. 새내기 미셸 위는 역시 2% 부족했다. 그린을 지나 프린지에 떨어진 두번째 친 공을 7m 떨어진 홀을 향해 웨지로 굴렸다. 넣으면 우승, 붙여 버디만 해도 연장전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셸 위가 굴린 공은 홀을 2m 지나쳤고, 버디 퍼팅마저 실패했다.

미셸 위의 좌절을 옆에서 본 오초아는 이글퍼팅을 성공시키며 노장 웹과의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갔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국적이 아닌 선수로는 사상 2번째로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 웹을, 프로 3년차로 연장전 승부에서 2차례 모두 패했던 오초아가 상대하긴 힘이 부쳤다. 18번 홀에서의 벌어진 연장전에서 오초아가 3. 버디퍼트를 놓치자, 웹은 2m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최후 승자의 위엄을 과시했다.

내비스코 챔피언십 최종순위
내비스코 챔피언십 최종순위

한때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36·스웨덴)를 압도했으나 2003년부터 찾아온 깊고 깊은 슬럼프에 빠져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던 웹은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과 훈련으로 마침내 정상을 탈환한 것이다. “매주 우승하는 꿈을 꿉니다. 비록 성적이 나쁘더라도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웹의 우승 비결이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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