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이 24일 부산 기장군 LPGA 인터내셔널 부산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5번 홀에서 버디로 홀아웃하고 있다. KLPGA 제공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는 집중력. 긴장감에 눌리지 않는 담력. 그리고 정교함. 그것이 세계 1위의 저력이었다.
고진영(26)이 24일 부산 기장군 엘피지에이(LPGA) 인터내셔널 부산(파72·6726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8개를 쓸어담으며 8언더파 64타를 쳤다. 최종 합계 22언더파 266타(71-64-67-64)를 기록한 고진영은 임희정(21)과의 연장 1차전에서 버디로 우승컵을 안았다. 엘피지에이 투어 통산 한국인 200승째를 달성하는 영예도 누렸다. 고진영은 우승 상금 30만달러(약 3억5천만원)를 추가해 4개월 만에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하게 됐다.
한국 선수들은 1988년 3월 고 구옥희 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협회장이 스탠더드 레지스터 클래식에서 엘피지에이 투어 첫 승을 따냈고, 2012년 100승(유소연·제이미 파 톨리도 클래식) 등정에 이어 이날 통산 200승을 합작했다.
33년간 일군 200승에는 48명이 힘을 모았고, 그 가운데 29명이 2승 이상을 담당했다. 통산 11승의 고진영은 197~200번째 우승을 책임졌다. 박세리(25승), 박인비(21승), 김세영(12승)에 이어 신지애와 함께 한국인 엘피지에이 투어 다승 공동 4위가 됐다.
고진영은 이날 임희정에 4타 뒤진 2위로 출발했지만 전반 버디 6개를 몰아쳤고, 8번홀(파4) 버디로 임희정과 공동선두(19언더파)로 어깨를 나란히 한 뒤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2파전을 벌였다.
고진영은 12번홀(파4) 버디로 1타차 단독 1위에 올랐지만, 임희정이 14번홀(파4), 15번홀(파5) 연속 버디로 다시 단독 선두로 나섰다. 하지만 세계 최고 기량의 고진영이 17번홀(파4) 버디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18번홀(파4)에서 파로 마감한 둘은 연장에 들어갔다.
고진영은 18번홀에서 진행된 연장 1차전에서 173야드 두 번째 샷을 홀 0.5m 정도 옆에 보낸 뒤 버디를 잡아내며 승패를 갈랐다. 엘피지에이 투어 시즌 4승을 일군 고진영은 넬리 코다(미국·3승)를 제치고 다승 부문 선두로도 나섰다.
고진영은 경기 뒤 “기본기가 탄탄한 임희정에 4타차로 뒤진 채 출발해 열심히 하면 2등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쳤다. 프로 첫 연장전이어서 설렘도 있었지만 운이 좋았다. (임)희정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또 “남은 미국 대회 2개를 잘 치르고 오겠다. 한국 선수 엘피지에이 투어 200승째 우승 선수가 된 것은 매우 특별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1~4라운드 보기 없는 경기를 편 임희정(67-66-65-68)은 이날 4개의 버디를 추가했으나 고진영의 추격을 따돌리지 못했다. 연장 첫 홀에서 친 두 번째 샷이 홀컵에서 멀리 떨어지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