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농구) 하기 싫어요? 그럼 나와!”(우리은행 김단비)
선수가 감독을 향해 쏘아붙인다. 코트 위 일대일 대결에서도 양보가 없다. 전복과 역할 바꾸기에 폭소가 쏟아진다. 이날은 축제의 날이었다.
7일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20번째 여자프로농구(WKBL) 올스타 페스티벌에서는 팬들을 위한 선수들의 코트 안팎 쇼와 3점슛 경연, 축하공연으로 체육관을 뜨겁게 달궜다. 2309석도 모두 매진돼, 2년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이날 올스타전 본 경기에선 팬투표 1위를 기록한 아산 우리은행의 가드 박지현(24)이 핑크스타팀 주장을 맡았고, 부천 하나원큐의 가드 신지현(29)이 블루스타팀 주장으로 나서 ‘지현 대 지현’ 대결이 펼쳐졌다.
정규리그 1∼3라운드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한 박지수(KB스타즈)를 앞세운 핑크스타팀은 김단비(우리은행), 박지현, 김지영(신한은행) 등의 득점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박지현은 상대 블루스타팀 사령탑을 맡은 위성우 감독을 끌어들여 일대일 대결에서 점수를 올렸고, 김단비는 위성우 감독을 향해 “하기 싫어? 나와!”라고 소리쳐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2쿼터에는 블루스타팀의 신지현, 진안(BNK썸), 강이슬, 허예은(이상 KB스타즈) 등이 맞불을 놓으며 36-36으로 따라잡았다. 허예은은 상대 핑크스타팀을 이끈 김완수 KB스타즈 감독을 배로 밀어 넘어뜨리는 파울을 범한 뒤 통쾌하게 웃었다.
핑크스타팀이 3쿼터 우세에 이어 4쿼터 치열한 3점슛 대결 끝에 90-88로 승리했지만 승패에 큰 의미는 없었다.
이날 최우수선수 투표에서는 박지수가 78표 중 45표를 얻어 2019∼2020시즌에 이어 두 번째 기쁨을 누렸다. 득점상은 블루스타팀의 진안(26점), 베스트 퍼포먼스상은 팀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3점슛에 성공한 뒤 ‘내 나이가 어때서’ 노래에 맞춰 춤을 춘 블루스타팀 김정은이 받았다.
앞서 한일 미래 올스타 선수들이 맞붙은 ‘라이징스타’ 대결(전·후반 각 10분) 이벤트에서는 일본이 44-35로 이겼다. 일본의 가사기 하루나(미츠비시전기)는 3점슛 컨테스트에서도 22점을 넣어, 21점을 넣은 이소희(BNK)를 제치고 챔피언에 올랐다.
이날 박지현과 신지현은 댄스 배틀을 벌였다. 다른 선수들도 상대 팀 선수를 와락 안아 돌진을 방해하거나, 일부러 넘어지며 상대에게 공을 흘려 득점 기회를 넘겨주는 등 장난끼 넘치는 플레이로 팬들에게 웃음을 선물했다.
여자프로농구는 13일 BNK와 하나원큐의 경기로 리그를 이어간다.
아산/정인선 기자 r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