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벼랑 끝에서 안양 케이지시(KGC) 인삼공사의 손끝이 일제히 되살아났다. 선수 한 명 한 명 뜨겁게 타오른 슛 감은 들불이 되어 코트를 집어삼켰다.

김상식 감독의 인삼공사가 5일 어린이날 경기도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에이닷 프로농구(KBL)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 서울 에스케이(SK)와 6차전에서 86-77 역전승을 거뒀다. 시리즈 전적 2-3 수세에 몰려 있던 인삼공사는 돌아온 안방에서 3-3 균형을 맞춰내며 우승 향배를 최후의 7차전까지 몰고 갔다. 올 시즌 프로농구 최다 관중(5850명)이 결집한 안양체육관은 기립한 안방 팬들의 함성에 떠나갈 듯했다.

시작은 시리즈 내내 그러했듯 백중세 시소게임이었다. 직전 5·6차전과 마찬가지로 김선형은 벤치 출격했고 초반부터 점수쟁탈전이 벌어졌다. 워니가 플로터와 미드레인지 슈팅을 가리지 않으며 1쿼터에만 12점을 터뜨렸다. 기세가 심상치 않던 워니는 2쿼터 2분께 오마리 스펠맨과 충돌로 쓰러져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잠시 코트를 비웠지만 2분 만에 돌아와 8-0 스코어런을 완성하는 덩크를 꽂아냈다.

인삼공사는 배병준(전반 3점 3개)과 스펠맨(전반 2개)을 중심으로 고르게 외곽에서 손맛을 보며 벼랑 끝 승부에 투쟁심을 발휘했다. 다만 에스케이 김선형과 워니가 차례로 벤치로 물러나 있는 시간마다 달아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인삼공사는 전반에만 턴오버 9개를 남발했고 43-43 동점으로 맞선 2쿼터 마지막 샷 클록에서 김선형에 오픈 3점포를 얻어맞고 리드를 내줬다.

3쿼터부터 원투펀치를 풀가동하기 시작한 에스케이는 빠르게 분위기를 제압했다. 챔프전 동안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여줬던 허일영과 최성원의 3점으로 초반 차이를 벌렸고 막판 워니의 3점슛까지 얹으며 15점 차 리드로 경기를 휘어잡았다. 타임아웃 뒤 오세근과 렌즈 아반도가 연속득점을 올리며 차이를 좁혔다.  3쿼터까지 11점 차 뒤진 인삼공사는 벼랑의 벼랑까지 내몰린 채 4쿼터를 맞았다.

그러나  기다리고 있던 건 에스케이를 위한 지옥이었다. 4쿼터 초반 워니가 2점을 추가한 뒤 에스케이의 손이 차갑게 식었고 인삼공사의 맹추격이 시작됐다. 조직적인 수비와 효율 높은 공세가 어우러지면서 인삼공사는 약 7분 동안 무려 20-0 스코어런을 만들어냈다. 베테랑 대릴 먼로가 내외곽을 맹폭하며 4쿼터에만 10점을 쌓았고 챔프전 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던 변준형도 역전 3점포 포함 10점을 작렬했다.

먼로가 16득점 6리바운드, 변준형이 15득점 6도움으로 이날 승부처 ‘히어로볼’의 짝을 이뤘고, 줄곧 인삼공사의 기둥이었던 오세근이 팀에서 최장 시간(34분25초) 코트를 누비면서 18득점(5리바운드)을 기록, 역시 팀 최다 득점을 올렸다. 오세근은 경기 뒤 “말이 안 되는 경기 같다. 포기할 뻔했는데 먼로가 들어오면서 확실한 게임 체인저가 됐고, 준형이도 본래 모습이 나왔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두 팀의 승부를 가를 마지막 7차전은 이틀 뒤인 7일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다.

안양/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