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김단비가 13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정규리그 우승컵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여자농구연맹 제공
김단비(33·우리은행)가 생애 첫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영예에 도전한다. 김단비는 그간 리그와 국가대표에서 간판스타로 뛰었지만, 아직 정규리그 최우수선수 경험은 없다. 하지만 이번 시즌엔 어느 때보다 수상 가능성이 높다.
우리은행은 전날(13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비엔케이(BNK)와 방문 경기에서 승리(76-52)하며 통산 14번째 정규리그 1위를 기록했다. 2년 만에 정상에 복귀하며 여전히 ‘우리 왕조’가 건재함을 증명했다.
올 시즌 우리은행에 새 둥지를 튼 김단비도 환하게 웃었다. 김단비는 이날 우승으로 2011∼2012시즌 뒤 11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김단비는 지난해 5월 데뷔(2007년) 이래 15시즌을 뛰었던 인천 신한은행을 떠나 자유계약(FA)으로 우리은행에 이적했다. 정든 팀을 떠나면서까지 이루고자 했던 통합 우승 고지에 일단 한 발을 올린 셈이다.
정규리그 별 중의 별이 될 확률도 덩달아 높아졌다. 김단비는 이미 올 시즌 정규리그 1∼4라운드 중 1, 2, 4라운드 최우수선수를 차지했다. 김단비는 우승 뒤 기자들과 만나 “솔직히 (최우수선수 수상) 욕심이 나는 게 사실이다. 잘 부탁드린다”라며 “제가 받는다고 해도, 저 혼자 잘해서 받는 상은 아니다. 모든 선수와 같이 받는 상이라고 생각하겠다”고 했다.
사실 김단비는 시즌 전부터 최우수선수 ‘0순위’ 후보였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15시즌을 뛰었던 팀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건, 농구 인생을 새로 쓰는 일이었다. 김단비는 “농구는 예민한 종목이라, 잘하는 선수들이 모였다고 해도 선수마다 습관이 있기 때문에 엇박자가 많이 나기 마련”이라며 “저도 아직 맞추는 과정에 있고, 흔히 말하는 ‘눈빛만 봐도 아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해 5월 우리은행에 입단한 김단비. 한국여자농구연맹 제공
그런데도 김단비는 명불허전이었다. 그는 특유의 성실함을 바탕으로 이번 시즌 독보적 활약을 했다. 득점 2위(평균 18.48점), 2점슛 2위(135개), 3점슛 2위(49개), 리바운드 2위(229개), 도움 2위(160개), 가로채기 3위(평균 1.6개), 블록슛 1위(평균 1.28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최상위권이다. 특히 이런 기록을 종합한 공헌도에서는 938.55점으로 압도적 1위다. 2위 박지현(우리은행·779.85점)과 차이가 158.7점에 달한다.
최우수선수가 유력한 김단비는 이제 3월에 열릴 포스트시즌에서 통합 우승을 노린다. 김단비는 “오늘 우승이 최종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종 목표에 한 발 다가선 느낌”이라며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까지 선수들 모두 하나가 돼서 달려갈 생각”이라고 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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