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장재영이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케이티 위즈와 연습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장재영은 20일 개막하는 시범경기 관심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연합뉴스
2021시즌 KBO리그 시범경기가 20일 시작된다.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시범경기가 취소됐으니 2년 만에 예비고사를 치르는 셈이다. 구단별로 연습경기를 치르고 있던 터라 시범경기라고 특별할 것은 없다. 국외 스프링캠프에서 연습경기를 치를 때는 상대 팀이 한정돼 있었으나 올해는 전 구단이 국내에서 스프링캠프를 차린 터라 변별력이 더 떨어진다.
올해 시범경기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이는 역시 추신수(39·SSG 랜더스)다. 연습경기 출전도 없던 터라 그가 국내 투수들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자못 궁금해진다. 추신수가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시범경기는 다만 ‘실험’, ‘시험’ 경기이기 때문이다. 추신수 또한 실전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정도로만 경기에 임할 듯하다.
2012년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국내로 돌아왔던 박찬호도 시범경기 성적은 좋지 못했다. 2경기에 등판해 8⅓이닝 16피안타(2피홈런)2사사구 5탈삼진 12실점(12자책)의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정규리그 때는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당시 박찬호에게도 시범경기는 그저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국내 타자들을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추신수의 시범경기 성적이 아주 좋다고 해서 과찬할 일도 아니다. 추신수와 마찬가지로 상대 투수들도 추신수를 알아가는 과정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강 대 강’으로 붙을 이유가 없다.
자신의 능력치를 보여줘야만 하는 1.5군급 선수들이나 신인 선수들, 그리고 국내 처음 발을 들인 외국인 선수들 정도만 시범경기에 전력을 다한다. 주전급 선수들은 대부분 개막전(4월3일)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린다. 감독들 또한 시범경기 동안 ‘날고 기는’ 선수들을 오히려 걱정한다. 몸을 너무 일찍 끌어올렸다는 우려에서다.
시범경기 팀 순위 또한 그저 참고자료일 뿐이다. 시범경기가 처음 치러진 1983년부터 그랬다. 당시 오비(OB· 현 두산) 베어스는 시범경기 1위에 올랐으나 정규리그 때는 5위에 그쳤다. 시범경기 1위의 기세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어진 사례는 1987년 해태, 1992년 롯데, 1993년 해태, 1998년 현대, 1999년 한화, 2002년 삼성, 2007년 에스케이(SK) 정도뿐이다. 2016년 삼성과 2017년 케이티는 시범경기 1위를 하고도 각각 9위, 10위에 그쳤다. 반면 1984년 롯데, 1988년 해태, 1996년 해태, 2013년 삼성은 시범경기 꼴찌를 하고도 시즌 마지막 날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가장 최근에는 두산이 2019년 시범경기 8위를 하고도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다. 144경기 체제에서는 시범경기 상승세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시범경기 성적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시범경기 때 관전 포인트는 역시나 파릇파릇 새내기 선수의 기량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장재영(키움)부터 김진욱·나승엽(이상 롯데) 등 프로에 갓 입단한 신인 선수들의 ‘미래 가능성’을 예측해보는 것이 팬들에게는 꽤 즐거운 상상이 될 것이다. 2017년 이정후(키움), 2018년 강백호(KT), 2019년 정우영(LG), 2020년 소형준(KT) 등 최근 고졸 신인들이 신인왕에 등극했던 점을 고려하면 시범경기는 최고 신인으로 가는 첫 관문이 될 것이다. 참고로 시범경기 데뷔 성적을 보면 이정후는 타율 0.455(33타수 15안타), 강백호는 타율 0.333(18타수 6안타), 정우영은 1경기 2이닝 무실점 투구였다. 소형준 데뷔 때는 시범경기가 열리지 못했다.
가능성을 보기 위한 시험 무대가 되는 시범경기. 비록 무관중으로 치러지지만 본격 레이스전에 슬슬 예열되는 그 분위기를 느껴보시길. 승패, 개인 성적에는 연연하지 말고. 극과 극을 오가는 희로애락을 경험할 144경기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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