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은 없다. 이제 ‘메이저리그 도전자 양현종’만 있을 뿐이다.
14년 동안 기아에 몸담으며 좌완 에이스로 우뚝 선 양현종(33)이 메이저리그(MLB) 문을 계속 두드린다. 양현종은 1월30일 조계현 기아 단장 등을 만나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최종적으로 밝혔다. 이에 따라 기아와 자유계약(FA)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빅리그 무대가 간절한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만을 조건으로 내세운 상태다. 하지만 그를 불러주는 구단은 아직 없다. 메이저리그 선수 이적 등을 다루는 〈엠엘비트레이드루머스닷컴〉은 31일(한국시각) “현재 상황에서 양현종이 40인 로스터 자리를 보장받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양현종 쪽은 벼랑 끝 전략으로 수정 제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조금씩 활기를 띠는 메이저리그 에프에이 시장에서 자유계약 투수들 이적에 따라 생기는 틈새를 노린다. 이창섭 메이저리그 전문가는 31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선발, 불펜 공백이 생기면 내부적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예전 이대호처럼 스플릿 계약을 해서 스프링캠프에서 자기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면 양현종도 기회는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대호는 2016년 2월 시애틀 매리너스와 스플릿 계약을 하고 미국프로야구에 진출해 빅리그에 데뷔했었다.
문제는 마이너리그 상황이다. 스플릿 계약을 하더라도 마이너리그가 작년처럼 정상적으로 개최되지 않을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 이창섭 전문가는 “작년에는 구단 내에서 특급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을 한 곳에 불러놓고 체계적으로 훈련을 시켰다. 하지만 양현종이 거기에 포함될지는 모르겠다”면서 “양현종에게는 마이너리그 재개 여부가 제일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초청선수로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때는 해당 팀 단장, 감독 성향은 물론이고 스프링캠프 훈련장 상황도 잘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도 조언했다.
양현종은 작년까지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는 등 통산 147승 95패 평균자책점 3.83의 성적을 냈다. 그는 2014년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첫 도전을 했지만 실패했다. 2016년 자유계약 신분으로 재도전했지만 역시나 불러주는 메이저리그 구단은 없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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