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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김양희의 맛있는 야구] 돈다발 풀린 FA시장…오버페이일까

등록 2020-12-18 06:59수정 2021-01-07 20:22

원소속팀 두산 베어스와 FA 계약을 마친 뒤 허경민(오른쪽). 두산 베어스 제공
원소속팀 두산 베어스와 FA 계약을 마친 뒤 허경민(오른쪽). 두산 베어스 제공

구단들은 올해 구단 사정이 어렵다고 했다. 실제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이 계속되면서 100억 이상의 손해를 본 구단들도 있었다. 역시 프로야구의 근간은 ‘팬’이었다.

하지만 웬걸. 자유계약(FA) 시장이 열리니 여느 해 못지않게 뜨겁다. 구단들이 선수들에게 돈다발을 안긴다. 자유계약 선수가 무려 7명인 두산 베어스가 예상과 달리 현금을 풀고 있다. 모그룹 자금 사정이 어려워서 시즌 중 매각설이 나왔던 구단인가 싶을 정도다. 두산은 허경민에 7년 85억원, 정수빈에 6년 56억원을 안겨줬다. 계약 첫 해인 내년에만 허경민에게 35억원(계약금 25억원+연봉 10억원), 정수빈에게 22억원(계약금 16억원+연봉 6억원)을 줘야 한다. 두산이 올 시즌 관중수입으로 벌어들인 돈은 9억700만원이었다.

에스케이(SK) 와이번스는 최주환과 42억원(4년), 삼성 라이온즈는 오재일과 50억원(4년)에 계약했다. 작년 에프에이 계약자였던 오지환(4년 40억원), 전준우(4년 34억원), 김선빈(4년 40억원) 등과 비교하면 선수 ‘몸값’이 올랐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기아는 최형우를 잔류시키며 47억원(3년)을 썼다. 중대형 에프에이 선수들에게 ‘코로나19 한파’ 따위는 없다.

이들의 몸값이 오른 이유는 선수 수급 상황과 맞물려 있다. 내년 시즌 반드시 성적을 내야만 하는 팀이 복수일 경우 선수 몸값은 뛸 수밖에 없다. 중간에 유능한 에이전트라도 끼어들면 선수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돌아간다. 2018년부터 대리인 제도가 시행되면서 두 구단 이상에서 관심을 받는 준척급 에프에이 선수 몸값이 치솟은 면도 없지 않다. 잦은 사령탑 교체가 이뤄지면서 신임 감독에게 괜찮은 에프에이 선수를 ‘취임 선물’처럼 안기는 분위기 또한 몸값 상승을 부추긴다.

한국 프로 스포츠는 경제 논리로는 설명이 불가하다. 구단 쌈짓돈이 아닌 모그룹 자금으로 자유계약 선수를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구단은 선수단 운영비를 책정한 뒤 이에 맞게 광고비 명목으로 그룹으로부터 돈을 받아오면 된다. 야구팬들에게 “돈 없는 가난한 기업”으로 찍히기 싫으면 그룹 이미지 상 어쩔 수 없이 돈을 써야만 한다. 선수도, 에이전트도, 팬들도 구단이 돈이 없다는 사실을 절대 믿지 않는다. 자금줄 든든한 모그룹(히어로즈만 제외)이 뒤에 있는데 왜 돈이 없겠는가.

올해 에프에이 시장을 두고 ‘오버페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코로나19로 시름이 깊어지는 와중에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도 상당하다. 하지만 프로야구 스토브리그는 늘 그래 왔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아마 비슷할 것이다. 현대처럼 자발적으로 야구 머니게임에서 발을 빼는 그룹이 나오지 않는 한.

대형 계약을 한 선수들에게 한 가지만은 부탁하고 싶다. 프로의 자존심은 돈으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 ‘돈의 무게’에 맞게 품위를 지킬 때 비로소 자존심도, 명예도 선다. 선수들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몸값’에 맞는 행동을 하고 타인에게 선의를 베푸는 모습을 보고 싶다. 돈만 많이 받는, 배부른 자들의 공놀이가 되지 않으려면 응당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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