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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희의 맛있는 야구] 2차 드래프트 폐지는 ‘사다리 걷어차기’

등록 2020-12-14 08:59수정 2021-01-07 20:22

한겨레DB.
한겨레DB.

케이비오(KBO)리그 2차 드래프트가 폐지 위기에 놓였다.

10개 구단 단장들로 구성된 실행위는 지난주 특정 구단의 피해와 실효성을 이유로 2차 드래프트 폐지를 의결했다. 현재 회의 일정을 조율(15일 혹은 16일) 중인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이면 2011년부터 격년제로 실시됐던 2차 드래프트는 없어진다. 선수협회가 실행위 다음날(9일) “2차 드래프트 폐지를 재고해달라”는 성명서를 냈지만, 판공비 문제로 여론이 싸늘한 지라 선수협회 목소리가 반영될지는 의문이다.

2차 드래프트는 메이저리그 ‘룰 5 드래프트’를 차용해 도입됐다. 9구단 엔씨(NC) 다이노스, 10구단 케이티(KT) 위즈 등 신생팀의 선수 수급을 돕기 위한 목적이 컸다. 구단 전력 평준화를 위한 하나의 방안이었는데 엔씨는 2011년 첫 도입 때 이재학 등 7명을, 케이티는 2013년 김주원 등 8명을 지명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는 구단별 40인 보호선수 외 선수들에 대해 성적 역순으로 3명까지 지명하게 해준다. 프로야구 1군 엔트리가 28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5군 혹은 2군급 선수 중 소위 ‘긁어볼 만한’ 선수들이 각 구단 지명 0순위가 됐다. 포지션 중복 등으로 A팀에서 자리가 없는 선수가 B팀에서는 귀한 자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진우(NC), 이성곤(삼성), 유민상(KIA) 등이 한 예다.

물론 다음 해 리빌딩 기조를 갖고 있는 구단들은 의도적으로 나이 많은 선수들을 40인 보호선수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2011년 김일경(넥센→LG), 2013년 이혜천(두산→NC), 2015년 이진영(LG→kt)·차일목(KIA→한화), 2017년 고효준(KIA→롯데)·금민철(넥센→kt), 2019년 정근우(한화→LG)·김세현(KIA→SK)·채태인(롯데→SK) 등이 이런 이유로 팀을 옮겼다.

구단마다 2차 드래프트 명암은 극명히 갈렸다. ‘화수분 야구’로 명명되는 두산은 5차례 열린 드래프트에서 23명을 타 구단에 내주고 8명만 타 구단으로부터 영입했다. 선수 간 경쟁 체제가 잡힌 히어로즈 구단도 유출이 많았다. 18명을 내주고 단 6명만 데려왔다. 반면 한화 이글스는 7명을 내주고 15명 선수를 끌어모았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한 선수 유입·유출 수를 보면 어떤 구단들이 그동안 선수 육성을 잘해왔는지 한눈에 보인다. 육성을 잘해온 구단들은 불만일 수밖에 없다.

가장 최근인 2019년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는 단 18명의 선수만이 팀을 옮겼다. 히어로즈나 두산은 단 1명도 지명하지 않았고 롯데와 기아 또한 1명만 영입했다. 드래프트 실효성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2022년 신인드래프트 때부터 전면 드래프트가 시행되는 점도 2차 드래프트 무용론을 떠받친다. 2022년부터 각 구단은 연고 지역 신인만이 아닌 전국 대상으로 1차 지명을 할 수 있다. 구단들은 이를 통해 구단 간 전력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신인 드래프트와 2차 드래프트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2차 드래프트는 몇 년간 프로에서 싹을 틔우지 못한 미완의 대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취지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에 폐해가 있다면 수정, 보완 단계가 가장 먼저 필요하다. 무턱대고 폐지하면 리그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다는 인상마저 줄 수 있다. 특정 구단에서 선수 유출이 많았다면 구단 당 최대 3명까지만 유출되게끔 제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선수협회 제안처럼 2군 등록일수를 어느 정도 충족시키면 해당 선수를 자유계약으로 풀어주는 것도 고민해 봐야 한다.

선수층이 갈수록 얕아진다고 푸념만 할 게 아니라 열정이 있는 기존 선수들에게 제2, 제3의 기회를 주면서 밑바닥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행정을 보고 싶다. 비단 야구에서도.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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