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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희의 맛있는 야구] 프로야구 선수협회 지향점은 어디인가요

등록 2020-12-09 15:06수정 2021-01-07 20:19

7일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프로야구 선수협회 이사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NC 다이노스 양의지. 연합뉴스
7일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프로야구 선수협회 이사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NC 다이노스 양의지. 연합뉴스

양종민(30)이라는 선수가 있다. 아니 ‘있었다’. 그는 7월 중순 엘지(LG) 트윈스에서 방출됐다. 양종민의 올해 연봉은 2700만원. 프로 12년차 내야수였지만 최저연봉밖에 받지 못했다. 그가 2009년 프로에 갓 입단했을 때 받은 연봉은 2000만원이었다.

양종민처럼 2020시즌 10개 구단에서 최저연봉을 받은 2년차 이상 선수는 총 54명이었다. 이들 중에는 시즌 초반 에스케이(SK) 불펜을 책임졌던 프로 6년차 김정빈(26)도 있다. 키움 히어로즈에는 14명의 최저연봉자가 있다. 신인은 뺀 숫자다. 저연차 연봉 선수는 구단이 내민 연봉 계약서에 그대로 서명할 수밖에 없다. 연봉조정신청 제도는 이미 사문화된 지 오래. 에이전트? 2700만원 연봉 선수가 에이전트를 둘 수 있을까.

프로 원년(1982년) 때 프로야구 선수 최저연봉은 600만원이었다. 당시 평균연봉은 1215만원. 선수들 사이에 연봉 격차는 그리 크지 않았다. 2020시즌 평균연봉은 1억5065만원. 최저연봉이 4.5배 오르는 사이 평균연봉은 12.4배 상승했다. 선수 간 빈부 격차가 그만큼 심화됐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 등록 선수 절반 가까이는 5000만원 이하의 연봉을 받는다. 상위 5%의 소득이 하위 95% 소득과 맞먹는다. 그리고, 2000년 ‘노예 계약 폐지’를 부르짖으며 탄생한 프로야구 선수협회는 언젠가부터 상위 5%를 위한 기구가 되어버렸다.

이대호 전 선수협회회장으로 말미암아 촉발된 논란의 본질은 ‘판공비’가 아니다. 이대호 전 회장이 해명한 ‘급료’나 ‘관행’의 문제는 더욱 아니고. 문제는 선수협의 현재 지향점이다. 어쩌면 “야구를 하나도 모른다”는 마케팅 전문가를 사무총장으로 앉힐 때부터 선수협회는 그 목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는지 모른다. 전체 선수들의 소득 증대를 위한 마케팅을 고심했다고도 할 수 있으나 과연 그럴까. 마케팅에 골몰하느라 정작 2군 선수들이 처한 현실은 외면했던 것이 아닐까. 한 수도권 2군 코치는 “올해 현장에서 선수협 사무총장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전했다.

지금이 코로나19 시대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힘든 시기에 2군 선수들은 경기수 축소를 경험하고 시즌 도중 해고(방출)를 당했다. 방출된 선수들도 매달 자동으로 월봉의 1%를 협회비로 냈었다. 그 1%가 모이고 모여서 선수협회 기금이 됐고 어느 순간 이는 협회 정관에도 없는 ‘판공비’나 ‘급료’가 됐다. 잘못된 관행인데도 문제의식이 전혀 없었다. 안일했던 것이다. 선수협회가 작금의 위기에 놓이게 된 이유다. 프로 선수로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게 맞겠으나 선수협회 임원이었다면 더 낮은 곳을 바라봐야 했다. ‘홈런’이 아닌 ‘희생번트’를 쳐야 했다.

8일 열린 야구위 실행위원회(단장단 회의)를 통해 2011년부터 이어온 2차 드래프트가 폐지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차 드래프트의 원래 취지는 1군에 설 기회가 없는 수준급 선수들에게 타 팀에서 뛸 기회를 주자는 것이었다. 두산에서 선수 유출이 유독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 제도를 통해 유민상(KT), 박진우(NC) 등이 팀을 옮겨 주전으로 도약했다. 폐해가 있으면 수정·보완하면 되는데 구단들은 폐지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참 쉬운 결정이다.

선수협회는 9일 오후 입장문을 통해 “2차 드래프트 폐지를 재고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스스로 얼룩투성이가 된 선수협회의 의견을 구단들이 받아줄 리 만무하다. 한동안은 제 목소리에 힘을 실을 수 없게 된 선수협회가 자못 안타깝기만 하다. 양의지 신임 회장을 중심으로 현 문제를 잘 추슬러 ‘모두의 선수협회’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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