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김재환이 1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플레이오프(PO) 2차전 케이티 위즈와 경기에서 2회초 선두 타자로 나와 중전 안타를 치고 1루로 출루해 더그아웃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 베이스 더 가는 발야구, 한 템포 빠른 투수교체, 그리고 적시에 터지는 안타…‘생각대로’ 다 된 두산 베어스의 야구였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치르면서 쌓인 ‘경험치’는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두산은 10일 고척돔에서 열린 2020 케이비오(KBO)리그 플레이오프(3선승제) 2차전에서 4번타자 김재환의 활약 등에 힘입어 케이티(KT) 위즈를 4-1로 꺾었다.
정규리그 2위 팀을 상대로 1,2차전을 쓸어담은 두산은 1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3차전에서 승리할 경우 에스케이(2007~2012년), 삼성(2010~2015년)에 이어 6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게 된다.
3선승제 아래 치러진 플레이오프에서 1,2차전 승리 뒤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확률은 87.5%(16차례 중 14차례)에 이른다. 하지만 두산은 2009년 플레이오프에서 1, 2차전을 이기고도 에스케이에 내리 3연패를 당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경험이 있어 긴장의 끈을 놓치면 안 된다. 3차전 때 두산은 시즌 20승(2패)의 팀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를, 벼랑 끝에 몰린 케이티는 윌리엄 쿠에바스(10승8패)를 선발로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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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의 타오른 방망이 두산 4번 타자 김재환은 엘지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9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4번 타자의 존재감을 제대로 뽐내고 있다. 1차전에서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예열하더니 이날 열린 경기에서는 2회초 첫 타석에서 중전안타를 치고 나가 박세혁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선취 득점을 올렸다. 3회초 2사 1·3루 때는 우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5회초 2-1로 앞선 무사 만루에서는 2타점 적시타를 쳤다. 3타석 연속 안타 등 5타수 3안타 3타점의 만점 활약으로 2차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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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마운드 ‘벌떼 작전’ 두산은 특급 외국인 선발 원투펀치(알칸타라, 크리스 플렉센)가 있지만 나머지 국내 선발진은 그리 미덥지 못하다. 때문에 이들이 등판하지 않는 경기는 살얼음판일 수밖에 없다.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해 김 감독이 2차전에서 꺼내 든 카드는 한 템포 빠른 투수 교체에 의한 벌떼 마운드 작전. 선발 최원준이 3회말 2아웃 이후 로하스 주니어에게 우중월 솔로포를 두들겨 맞자 가차 없이 내리고 김민규를 마운드에 올리는 식으로 케이티의 공격 흐름을 끊었다. 김민규(1이닝 3피안타 무실점) 이후 박치국(2이닝 3탈삼진 무실점), 홍건희(2⅓이닝 2탈삼진 무실점)가 이어 던지며 두산 불펜진은 케이티 타선을 꽁꽁 묶었다. 마무리 이영하는 9회말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책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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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권 타율 0의 마법사들 이강철 케이티 감독은 경기 전 “어제 (두산 선발 플렉센의) 좋은 공을 많이 봐서 (비교적 약한 투수를 상대로) 오늘은 잘 칠 것 같다.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의 말대로 케이티 타선은 초반부터 안타를 뽑아내며 득점 기회를 여러 번 잡았다. 하지만 1회말 무사 2루에서도, 2회말 1사 만루에서도 적시타는 터지지 않았다. 3회말 2사 1,2루나 4회말 2사 1·3루 때도 마찬가지였다. 가을야구 경험 부재가 드러나는 순간. 2번 타순에 배치된 황재균이 4타수 무안타로 부진한 게 뼈아팠다.
한편 이날 경기는 할당된 8200석이 저녁 7시14분에 모두 판매가 돼 1차전에 이어 매진을 기록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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