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KBO리그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붙는 두산 김태형 감독(왼쪽)과 LG 류중일 감독.
0%.
케이비오(KBO)리그 키움 히어로즈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뚫을 확률이었다. 2015년 와일드카드 제도가 도입된 뒤 정규리그 팀이 5위 팀이 준플레이오프전에 진출한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키움이 기회가 없던 것도 아니다. 2일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연장 13회초 먼저 점수를 뽑은 팀도 키움이었다. 하지만 0%의 확률을 뚫지 못했다.
100%.
2선승제로 펼쳐진 준플레이오프(총 16차례)에서 1차전 승리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확률이다. 3선승제(13차례) 때는 1차전을 패하고도 플레이오프에 오른 적이 4차례 있었지만 2선승제 때는 한 번도 없다. 그만큼 기선제압이 중요하다. 케이비오리그는 2008년부터 3선승제로 준플레이오프를 치렀으나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2선승제로 축소했다.
그렇다면 정규리그 3위, 4위의 경우 어떨까. 2선승제에서 정규리그 3위가 시리즈 승리를 안은 것은 총 10차례다.
62.5%의 승률. 4위팀이 많이 밀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올해 4위로 준플레이오프 무대에 오른 엘지의 경우 93년 4위로 준플레이오프를 치렀는데 당시 3위 오비(현재 두산)를 2승1패로 꺾었다.
2002년에도 3위 현대 유니콘스(해체)를 2연승으로 누르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두산은 3위로 치른 세 차례 준플레이오프에서 한 차례(93년)를 빼고는 전부 다음 무대에 올랐다.
창단 처음 가을야구에 초대된 케이티(KT) 위즈는 ‘휴식’이라는 달콤한 메리트가 있지만 경기 감각 회복 등의 숙제는 있다. 역대 확률상 2위 팀이 한국시리즈에 오른 경우는
58.3%(36차례 중 21차례)였다.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며 한껏 예열된 상대 팀과 비교해 경기 경기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상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기 위해서는 그래서 타격 컨디션을 1차전에 맞춰 끌어올리는 게 아주 중요하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2위 팀이 우승한 것은 6차례 있었다. 가깝게는
2018년 에스케이 와이번스가 정규리그 압도적 1위였던 두산 베어스를 꺾었다.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라는 말까지 뒤집는 역전극이었다. 3위 팀이 한국시리즈 왕좌에 오른 것은 모두 3차례. 롯데 자이언츠가 92년 ‘3위 신화’를 썼고 두산이 2001년, 2015년 3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라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2001년에는 김인식 감독이,
2015년엔 김태형 현 감독이 팀을 이끌었다. 2020년 정규리그 3위 두산이 ‘어게인 2015’를 외치는 이유다.
아직까지 4위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0%의 확률. 하지만 우승팀을 괴롭힌 적은 많다. 2002년 엘지가 그랬고 2003년 에스케이는 현대를 7차전까지 괴롭혔다. 2013년 4위 두산은 정규리그 1위 삼성에 3승1패까지 앞서다가 거짓말처럼 3경기를 전부 내주며 준우승에 그쳤다.
확률은 확률일 뿐이다. 0%의 확률을 뚫을 수 있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야구는 로봇이 아닌 사람이 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