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의 힘인가, 허문회 감독의 용병술 덕분인가.
롯데의 ‘만년 유망주’ 투수 김원중(27)이 올해 마무리로 전향한 뒤 빛나는 인생투를 펼치고 있다.
김원중은 6일 부산 사직구장서 열린 케이티(kt)와의 경기서 10-9 팀의 아슬아슬한 승리를 지키며 세이브를 추가, 올 시즌 22세이브(4승)를 올렸다. 리그 3위의 성적이다.
시즌 평균자책점(ERA) 3.27을 기록 중인 김원중은 지난달 29일부터 6일까지 4경기 연속 세이브를 성공시키며 롯데의 든든한 마무리로 성장했다. 데뷔 이후 통산 평균자책점이 5.87인 것과 비교할 때 올 시즌 성적은 환골탈태에 가까울 정도.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도 1.20에 불과하다. 시속 140㎞ 후반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 등을 노련하게 구사한다는 평가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장발 투수인 노아 신더가드와 제이콥 디그롬을 보면서 머리를 기르기로 했다는 김원중의 ‘장발 역투’에 멀어보이던 롯데의 가을 야구는 사정권으로 들어왔다. 롯데는 최근 10경기 가운데 7할의 승률(7승3패)을 올리며, 기아와 공동 6위에 올라섰다. 5위 엘지(LG)와도 3게임차에 불과하다.
첫 마무리 투수 데뷔 시즌인 올해 김원중이 20세이브를 넘길 것으로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김원중을 마무리로 변경시킨 허문회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한 셈이다. 고참 마무리 손승락의 은퇴로 마무리 세대교체를 원했던 허문회 감독의 ‘신의 한 수’였던 것. 최근 생애 첫 20세이브를 기록한 김원중에게 허 감독이 “축하한다”고 공식 인터뷰에서 밝힐 정도로 신뢰가 깊다.
김원중은 전형적인 늦깎이 스타다. 광주 동성고에서 에이스로 활약을 했지만, 고3 때 부상으로 인해 프로 진출조차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키 1m92㎝에 91㎏의 건장한 신체조건과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 본 롯데는 김원중을 2012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깜짝 지명했다. 당시 김원중의 객관적인 위치는 1라운드 지명자 가운데 가장 낮은 1억5천만원 연봉이라는 점을 봐도 알 수있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에 입단했지만, 부상 회복과 군복무를 위해 2015년까지는 1군 마운드에는 설 기회도 없었다. 2015년 첫 1군 데뷔를 했지만, 15경기에 출전해 1홀드만 기록했을 뿐이다. 추격조와 백업 선발을 오가는 생활 속에서 2018년 시즌 8승이라는 최고의 성적을 거두면서 반짝 떠올랐으나, 2019년 다시 5승으로 떨어지면서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그가 올 시즌 마무리 투수가 된 뒤 펄펄 날고 있는 것.
김원중은 최근 인터뷰서 “데뷔 첫 20세이브 기록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생각으로 경기를 치렀을 뿐인데 좋은 기록이 따라와 기쁘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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