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최원호 감독대행(오른쪽)이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승리한 뒤 선수들을 맞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정도면 ‘고춧가루’가 아니라 ‘최루탄’ 수준이다.
한화와 에스케이(SK)가 정규시즌 막판 갈 길 바쁜 상위권 팀의 발목을 잡는 일이 잦자 나온 얘기다.
최하위 한화는 한국야구 최다 연패(18연패) 타이기록을 세웠던 팀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다. 23일 한화는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5위로 밀려 승리가 절실한 두산을 상대로 6-5로 이기며 3연승을 달렸다. 외국인 타자 브랜든 반즈(34)가 터뜨린 1회말 만루홈런 기세를, 마무리 정우람(35)이 잘 지켜냈다.
8월 승률이 3할3푼3리였던 한화는 9월 4할2푼1리로 올랐고, 최근 10경기 승률은 5할에 달한다. 시즌 승률(0.304)을 크게 웃돈다. 6월 새로 지휘봉을 잡은 최원호(47) 감독대행의 실험도 점점 먹히고 있다. 성적이 부진한 고참급 선수 대신 신인을 대거 기용하면서 신구의 조화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 입단한 대졸 신인 투수 강재민(23)은 11홀드를 기록하며 정우람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고 있다. 평균자책점(ERA)도 2.50으로 준수하다. 최원호 감독대행은 최근 인터뷰서 “강재민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타자로는 고졸 신인 최인호(20)이 눈에 띈다. 최근 10경기 3할2푼3리 타격을 몰아치고 있다. 이들은 최원호 감독대행 부임 뒤 기회를 잡은 ‘최원호 키즈’다.
‘더 잃을 게 없다’는 정신 무장도 한몫하고 있다. 바닥을 쳤던 선수들이라 마음이 홀가분한 것이다. 민훈기 해설위원은 “현장에서 만난 한화 선수들이 모두 자신감에 차 있었다. 앞으로 어떤 팀이든 한화를 만나면 이기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염경엽(52) 감독의 건강 악화로 박경완(48) 감독대행 체제인 에스케이도 이달 중순 시즌 최다인 6연승을 기록했다. 5위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롯데·기아를 상대로 한 4연전을 싹쓸이하면서 고춧가루를 팍팍 뿌렸다.
홈런타자 최정(34·홈런 6위)이 중심을 잡아주면서, 투수 박종훈(29·8승)과 문승원(31·5승) 등이 선전하고 있다. 이후 연패로 주춤했지만, 언제든 폭발력을 낼 수 있다. 박 감독대행은 최근 “시즌 100패 얘기가 나오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는데, 한화와 벌이는 탈꼴찌 경쟁도 에스케이를 자극하고 있다.
민훈기 해설위원은 “야구라는 스포츠가 워낙 그날의 경기 운과, 선발 투수 컨디션 등 변수가 많다. 상대가 약체라고 해도 3연승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1승이 아쉬운 중상위팀 발목을 잡는 고춧가루 효과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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