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오(KBO) 신인상’은 프로야구 선수가 평생에 단 한 번 받는 상이다. 그만큼 선수 개인에겐 영광스러운 상이고, 야구팬들에겐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하는 징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류현진, 아시아 세이브 기록을 세운 오승환을 비롯해 케이비오를 호령하는 최형우, 서건창, 이정후 등이 모두 신인상 출신이다.
올 시즌 프로야구가 중반을 넘어선 상황에서 신인상을 놓고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케이티(kt)의 고졸 특급 소형준(19)이 한발 앞서간다. 20일 기준 7승(5패)을 기록 중인 소형준은 10승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고졸 신인이 입단 첫해 10승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06년 18승을 올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마지막이다. 소형준이 3승을 더 올린다면 14년 만에 고졸 신인 10승대 투수가 탄생하는 셈이다.
총 14경기에서 선발로 뛰며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6번 기록할 정도로 내용도 충실하다. 승률이 5할8푼3리에 달한다. 최근 3경기 연속 승수를 쌓으며 컨디션도 좋은 상태라 10승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강철 케이티 감독이 “데스파이네와 소형준이 우리 팀에서 가장 믿을 만한 투수”라고 말할 정도다.
안치용 해설위원은 “기대한 것보다 소형준 투수가 너무 잘하고 있어 경쟁자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10승을 달성한다면 신인상이 유력하다”고 평가했다.
소형준의 뒤를 바짝 쫓는 선수는 엘지(LG)의 투수 이민호(19)다. 소형준과 나이도 같은 데다, 키도 1m89㎝로 똑같다. 11경기에 출전해 4승(2패)을 올린 이민호는 승수만 보면 소형준에게 밀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평균자책점(2.97), 승률(0.667), 피안타율(0.229) 모두 소형준에 앞서고 있다.
이민호는 6월2일 삼성전부터 7월26일 두산전까지 6경기 연속 5이닝 이상을 2실점 이하로 막는 빼어난 피칭을 선보이기도 했다. 엘지 선발 로테이션상 10일에 한 번 등판해 규정 이닝을 채우진 못했지만, 리그 종반으로 가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최고 시속 150㎞의 빠른 직구와 시속 140㎞대의 슬라이더, 그리고 예리한 커브를 섞어가며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투구에 류중일 감독은 “열흘에 한 번 등판하는 게 아깝다”고 말한다.
장성호 해설위원은 “이민호가 열흘에 한번 등판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 투구 내용으로 보면 소형준 못지않다. 저평가돼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기아의 고졸 투수 정해영(19)도 최근 문경찬이 빠진 기아의 필승조로 활약하면서, 신인상 후보로 언급된다. 4승 2홀드에 평균자책점 1.53점을 기록 중이지만, 불펜이어서 정규 이닝을 채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타자 쪽에선 뚜렷한 후보군이 보이지 않는다. 2할7푼 타율의 에스케이(SK)의 최지훈(23)이 그나마 거론된다. 타율 3할 이상을 차는 타자 가운데 신인 선수는 한명도 없다.
안치용 해설위원은 “투수의 경우 즉시 전력감을 입단시키는 반면, 타자는 육성 시스템을 통해 발굴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어서 나오는 현상”이라고 짚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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