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이 22일(현지시각) 미국 미주리주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와의 경기에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미주리주/AFP 연합뉴스
마무리로 보직이 변경된 ‘더블케이’(KK)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첫 마무리 실전 투구에서 1이닝 동안 삼진 3개를 솎아내며 3타자를 완벽하게 요리했다. 마무리 투수로서의 존재감을 팀내 한껏 과시한 김광현은 팀 내 주전 마무리 투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김광현은 22일(현지시각) 미국 미주리주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시범경기에서 6-3으로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동안 안타를 맞지 않고 무실점을 기록하는 완벽투를 선보였다.
김광현은 3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위력적인 투구를 과시했다. 이날 세이브로 정규경기는 아니지만,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서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김광현은 첫 타자 프랜치 코르데로를 공 4개만게 가볍게 삼진 처리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삼진을 잡은 네번째 공은 시속 151㎞ 까지 찍혔다. 코르데로가 방망이를 휘두를 생각도 하지 못한 ‘루킹 삼진’이었다.
두번째 타자 닉 히스에겐 볼 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 유리한 상황에서 시속 146㎞ 낮은 직구를 과감하게 뿌려 삼진을 잡았다. 볼은 무릎 바로 위를 파고 들어 히스 역시 방망이를 휘두르지도 못했다.
마지막으로 상대한 바비 위트 주니어는 김광현과 풀 카운트 접전을 펼쳤다. 김광현은 앞 타자와는 다른 시속 135㎞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던지며, 위트의 헛스윙을 끌어냈다. 완벽하게 타이밍을 뺏은 ‘회심의 일격’이었다. 현지 해설진은 “낮은 공을 잘 던진다. 인상 깊은 투구였다”고 평가했다.
세인트루이스는 25일 피츠버그를 상대로 팀의 정규시즌 개막을 이틀 앞두고 있다. 최종 점검 차원에서 시범 경기서 김광현을 마무리로 처음 투입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케이비오(KBO)리그에서 주로 선발로 뛰었던 김광현은 최근 팀 내에서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와 5선발 경쟁을 벌이다 마무리로 보직이 변경됐다. 중간 계투로 위상이 추락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마이크 실트 감독은 “팀 내 마무리 투수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며 믿음을 보냈고, 김광현은 이에 확실한 보답을 한 셈이 됐다.
이번 세이브로 큰 인상을 남긴 김광현이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라이언 헬슬리, 히오바니 가예고스 등 필승 계투조와 주전 마무리를 꿰차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한다. 하지만 개막을 앞둔 이날의 호투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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