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파고’ 허삼영(48)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의 기세가 맹렬하다. 9일 키움에 4-2로 패하긴 했지만, 삼성은 최근 10경기서 6승 4패, 6할 승률을 올리며 상승세를 탔다.
개막 뒤 첫달 동안 삼성은 10승 14패를 기록하며 8위로 내려앉아 일찌감치 중위권 싸움에서 멀어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15승 10패, 6할 승률을 기록하며 슬금슬금 올라가더니, 지난 7일에는 리그 4위를 찍기도 했다.
올 시즌 삼성은 55경기 만에 30승을 올렸다. 이는 케이비오(KBO) 리그 우승을 차지한 2011년(56경기)·2012년(58경기)과 비교해도 빠른 페이스다.
현재 삼성에는 마무리 오승환 외에 스타급 선수도 없다. 외국인 선수 타일러 살라디노(31)와 벤 라이블리(28)마저 부진하다. 하지만 허 감독의 용병술이 팀을 바꿨다. 삼성에서 21년 동안 전력분석 업무를 맡으며 쌓아온 노하우를 경기에 적용하고 있다. 데이터에 기반한 철저한 분석야구를 구사하자, 팬들은 알파고를 빗대 ‘허파고’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삼성은 타순 변화를 가장 많이 하는 팀이다. 총 53회이니 거의 매 경기마다 바꾼 셈이다. 대타 타율이 3할(0.333)을 넘으며 리그 선두다. 허 감독의 작전이 먹힌다는 의미다. “홈런 10개를 치는 타자에게 갑자기 30홈런을 치라고 할 수는 없지만 10홈런을 치는 타자를 가장 확률 높은 상황에서 내보낼 수 있다”는 것이 허 감독의 지론이다.
팀의 간판인 4번 타자의 경우도 “올해 고정된 타순은 없다”라는 허 감독의 선언처럼 이원석, 이학주, 최영진, 이성규, 살라디노 등을 계속 돌려서 배치시킨다.
이런 변화무쌍한 선수 라인업은 작전 구사와 더불어 선수들의 경쟁을 촉발시키는 촉매제 역할도 한다. 안치용 해설위원은 “성적과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우선적으로 선발 기용하면서 팀 내 경쟁체제를 잘 구축했다. 오히려 선수의 출전 경기 수는 적어져, 부상 위험도 낮은 팀이 됐다”고 분석했다.
탄탄한 불펜진도 중위권 도약의 밑거름이다. 7회 최지광, 8회 우규민, 9회 오승환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데이비드 뷰캐넌(31) 등 선발 투수들의 어깨를 한결 가볍게 해준다는 평가다. 팀 평균 자책점이 기아에 이어 리그 2위를 달릴 정도로 뒷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있다.
안치용 해설위원은 “팀의 투타 밸런스가 워낙 좋기 때문에 반짝 성과가 아닌 꾸준한 성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전에서 제외됐던 살라디노와 라이블리가 곧 복귀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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