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타이거즈의 매트 윌리엄스(55) 감독이 외국인 명감독 계보를 이을까.
38년 역사의 케이비오(KBO) 리그에서 외국인 감독은 3명뿐이다. 롯데 전 감독 제리 로이스터, 에스케이(SK) 전 감독 트레이 힐만, 그리고 현 기아의 윌리엄스가 그들이다. 앞선 감독들은 모두 큰 족적을 남겼다.
올해 윌리엄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기아는 리그 5위를 달리고 있다. 2위와 불과 2~3게임 차다. 언제든 상위권으로 도약이 가능하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부상선수만 없다면 3위까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기아의 상승세에는 선수들의 활약이 있지만, 사령탑인 윌리엄스 감독의 지도력도 큰 요인으로 뽑힌다. 우선 기아의 ‘짠물 야구’를 부활시켰다. 현재 기아의 팀 자책점은 4.21로 키움에 이어 2위다. 지난해엔 리그 8위였다. 리그 최강 불펜으로 평가받는 박준표(28)·전상현(24)·문경찬(28)의 ‘박전문 필승 트리오’가 든든하게 뒷문을 걸어 잠근 덕이다. 윌리엄스 감독은 이들이 안정적인 상황에서 등판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일정을 짠다. 7·8·9회 정해진 이닝에만 등판시키는 것이 공식처럼 돼 있다.
선수를 믿는 ‘믿음의 야구’도 특징이다. 최근 부진했던 유격수 박찬호(25)를 계속 선발 출전시킨 것이 한 예다. 극심한 타격 침체에 빠진 박찬호에 대해 윌리엄스 감독은 “유격수로는 최고다”라며 오히려 지지를 보냈다. 박찬호는 기대에 부응하듯 지난주 엔씨(NC)와의 경기에서 연속 안타와 타점을 뽑아내며 믿음에 부응했다. 박찬호는 경기 뒤 “감독님 믿음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선수의 능력만을 보고 발탁하는 투명성도 강점이다. 성공적 사례가 21일 프로 데뷔 첫 만루홈런을 뽑아낸 백업 1루수 유민상(31)의 주전 발탁이다. 안치용 해설위원은 “개인적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능력 위주의 투명한 선수 기용이 윌리엄스 감독의 최대 장점이다. 유민상이 대표적 예”라고 말했다.
중요한 고비처에 번트작전을 자주 내는 등 한국 야구의 특징인 ‘스몰볼’에도 잘 대처하고 있다. 윌리엄스 감독 스스로 “한 점을 낼 수 있을 때 내려고 번트작전을 쓴다”고 공공연히 밝힐 정도다.
선수는 물론 구단 프런트와도 스스럼없이 지내는 등 소통 능력도 탁월하다. 조계현 단장과는 지난해 10월 입단 뒤 함께 목욕탕에 가는가 하면, 지금도 매일 서로 통화를 하면서 선수단 운영과 정보를 주고받는다. 윌리엄스 감독이 17일 광주서 열린 엔씨(NC)전에서 이기며, 한미 통산 200승을 올린 기념으로 선수들에 피자를 돌린 것도 소통 능력을 보여주는 한 대목이다. 에스케이에서 힐만 감독을 경험했었던 나주환은 “늘 활기찬 힐만 감독과 비교하면, 윌리엄스 감독은 경기장에선 냉철하게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경기 뒤엔 흥도 많고 선수들을 편안하게 대한다”고 말했다.
안치용 해설위원은 “배려심을 앞세운 리더십에 선수들이 ‘너무 좋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며 “향후 로이스터 감독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외국인 감독의 모범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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