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을 수도 있었던 29일 ‘잠실 라이벌’ 엘지(LG)와 맞붙은 서울 잠실구장은 2만5천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선두 에스케이(SK)에 한때 9경기 차까지 뒤졌던 두산은 전날 122일 만에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이날 두산이 이기고, 에스케이가 지면 두산은 프로야구 역대 최다 경기 차를 뒤집고 정규시즌을 제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산의 희망은 잠시 미뤄졌다. 두산은 엘지에 3-0으로 이겼지만, 에스케이도 한화와의 대전 방문 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에스케이는 30일 한화와, 두산은 새달 1일 엔시(NC)와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두 팀이 나란히 승리하면 상대 전적에서 9승 7패로 앞선 두산이 역전 우승을 차지한다.
시즌 막판 부진에 빠진 에스케이는 이날도 3회 최항의 견제사, 7회 대주자 김재현의 2루 도루 실패 등 경기가 꼬였다. 그러나 제이미 로맥은 2회와 7회 솔로홈런 두 방으로 팀을 구해냈다. 에스케이 선발 앙헬 산체스는 7이닝 동안 단 2개의 안타만 내주며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투수가 됐다.
두산(이용찬-이영하)과 엘지(이우찬-차우찬)는 똑같이 선발 투수 2명을 투입하는 ‘1+1’ 전략으로 맞섰지만 폭투가 승패를 갈랐다. 두산은 0-0으로 맞선 5회초 엘지 선발 이우찬의 연속 볼넷으로 무사 1, 2루의 기회를 잡았고, 바뀐 투수 차우찬의 폭투 4개와 최주환의 적시타 등을 엮어 3점을 뽑았다. 차우찬은 한 이닝 최다 폭투 타이 불명예를 안았다.
한편, 엘지에서만 19시즌을 뛴 이동현(36)은 이날 개인 통산 701번째 경기에 등판해 박세혁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오른팔을 치켜올려 포효했다. 이어 최일언 투수코치 대신 투수 교체를 위해 마운드에 오른 팀 선배 박용택(40)과 포옹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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