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스포츠> 야구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이병규. 스카이스포츠 제공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글러브를 내려놨다. 이젠 방송 카메라에 더 익숙해져야 한다. ‘마이크 울렁증’ 따위는 없다. 하긴 그는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SBS)에도 출연했다. 카메라가 낯설 리 없다. <스카이스포츠> 야구 해설위원으로 변신한 이병규(42)는 말한다. “어차피 해설은 처음이다. 베테랑처럼 아는 척하는 것도 그렇다. 초보의 생짜 해설이 될 것 같다.”
이병규는 지난해 11월 은퇴를 했다. 은퇴 시즌이 된 지난해에는 팀 리빌딩으로 시즌 내내 2군에 머물다가 정규리그 마지막 144번째 경기(10월8일) 때 대타로 잠실구장에 섰다. “앞으로 잠실구장에 설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막연한 슬픔이 밀려왔던 때였다. 다행히 팬들에게 선사한 마지막 기억은 ‘안타’다. 그는 그날 두산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좌전안타를 쳤다. 그것이 프로 생애 마지막 타석이었다.
“야구를 잊기 위해” 떠난 캐나다 가족 여행. 그곳에서도 계속 야구 생각만 났다. ‘30(홈런)-30(도루)’도 했고 통산 2000안타도 달성했지만 우승을 못 해본 것은 두고두고 한이 된다. “야구 20년 하면서 우승 못 해본 것은 나뿐일 것”이라며 씁쓸한 입맛을 다신다.
야구 지도자 연수를 준비하다가 덜컥 2017 세계야구클래식(WBC) 해설위원을 맡게 된 것은 “흔치 않은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다른 나라, 다른 선수의 야구를 볼 수 있어서”, “야구를 보는 또다른 시야가 생길 것 같아서” 하게 됐지만 5회말 끝나고 중간 리포팅을 할 때는 식은땀도 났다. “떨려서 진짜 ‘어버버’ 했다. 상황에 맞게 해야 하는데 어색했다”고 자책한다.
이스라엘, 네덜란드의 야구를 보며 해설한 것은 소중한 경험이다. “이스라엘 감독은 철저하게 경기 전 그림대로 갔다. 엔트리에 투수도 16명(야수는 12명)이나 넣었다. 네덜란드 선수들은 진짜 경기를 즐길 줄 알았다. 단기전이라서 그랬겠지만 ‘저런 야구도 있구나’ 싶었다.” 해설위원 신고식에 스스로 준 점수는 70점. “일본식 용어 등 선수 때 쓰던 말을 방송에서 날것으로 해서 곧바로 사과도 했다”는 그는 “차차 경험을 통해 30점을 채워갈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달 27일 이효봉 해설위원, 임용수 캐스터 등과 <스카이스포츠> 야구 홍보를 위한 사진을 찍으면서도 이병규는 활기가 넘쳤다. 핑크색 넥타이를 하고 카메라 앞에 섰는데 새로운 세계를 만난 듯 신이 난 모습이었다. 그를 지켜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카메라가 체질”이라고 했다. 여러 해 동안 야구 중계를 해온 임용수 캐스터는 “해설할 때 (욕 빼고) 그냥 지르라”(?)는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솔직한 해설만이 팬들에게 통한다는 뜻이었다. 이병규 또한 알고 있다. “초짜다운, 있는 그대로의 직진 해설을 하겠다”고 했다.
이병규는 프로야구 선수로 한·일 통산 2006경기(KBO리그 1741경기+일본리그 265경기)를 뛰었다. 그의 2007, 2008번째 경기는 해설로 이어진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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