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세계야구클래식(WBC)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7일 고척돔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패한 뒤 아쉬운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전 ‘한겨레 프리즘’에서 ‘우물 안 개구리의 종말’(2012년 10월17일치)이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시청·군청 등에 속한 테니스 선수들이 전국체전이나 실업리그에 몰두하느라 국제 투어에 나서기를 꺼려하고 국제 무대에서도 성적이 잘 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 선수들의 도전의식 부족과 후원사의 외면 등으로 한국 테니스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2017 세계야구클래식(WBC)의 실패를 보면서 또다시 떠오른 생각이 ‘우물 안 개구리’다. 리그의 질은 나날이 떨어지는데 선수들의 몸값은 해마다 치솟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케이비오(KBO)리그에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800만 관중을 돌파했다고는 하지만 평균관중은 떨어지는 추세다. 세계야구클래식에 이은 2018 자카르타아시안게임,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올림픽, 그리고 2021 세계야구클래식까지 잘 짜인 로드맵이 있었다면 신규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동력이 됐을 텐데 일단 첫 단추는 어그러졌다.
케이비오리그의 질적인 하락은 칼럼을 통해 누누이 강조해왔던 바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통해 탄생된 야구 영웅들 이외에 리그는 이렇다 할 전국구 스타 선수를 배출하지 못해왔다. 야구 저변이 약한 상황에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 동안 아마추어 유망주들이 대거 해외로 진출(총 19명)했던 것도 한 원인일 수 있다. 투수 쪽은 아주 심각하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 등 야구 원로들이 지목하듯 양현종, 김광현, 윤석민 이후의 특A급 에이스들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오승환 이후 리그를 주름잡는 마무리투수 또한 없다.
2014년부터 기형적인 타고투저가 계속되면서 야구의 다양성이 실종된 것도 문제다. 대부분의 팀이 ‘닥공’(닥치고 공격) 기조를 이어가다 보니 작전이 획일화됐다. 1점을 짜내기 위한 야구, 1점을 지키는 야구가 우스워 보일 정도다. 국내외 안팎에서 “한국 야구의 독창성이 사라졌고 재미도 없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일 것이다. 2000년대 중후반 한국 야구가 국제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던 데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뜀박질 야구와 실투를 놓치지 않는 집중력, 그리고 선발진을 받쳐주는 강한 불펜 덕이었다. 그러나 이번 세계야구클래식 때는 이런 야구가 실종됐다. 리그 자체가 변질됐는데 대표팀에서는 ‘다른 야구’를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구단 스카우트들에 의하면 현재 고교 2~3학년 선수들 중에는 시속 150㎞ 안팎을 던지는 투수들이 꽤 된다고 한다. 2006 세계야구클래식(4강), 2008 베이징올림픽의 영광을 전후로 야구를 시작했던 아이들이 본격 프로에 데뷔하는 셈이다. 이들이 프로에서 단단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척박한 토양부터 점차 바꿔가야 한다. 규정 내 스트라이크존의 변화든 공인구 반발력의 조정이든 혹은 파격적으로 23살 이하 선발투수 1명 의무화든 구단들이 머리를 맞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국제대회 성적이 구단 마케팅이나 흥행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겪어봐서 알지 않는가.
테니스 칼럼 때도 지적했듯이 우물 안 개구리가 돌에 맞아 죽을 확률은 극히 적다. 우물 안에만 있다가 도태돼 서서히 죽어간다. 우물 안의 물이 영원히 마르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다. 프로야구계 안팎에서 “단 두 경기 졌을 뿐인데 왜 이리 호들갑이냐”면서 현실을 외면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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