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세계야구클래식(WBC) 1라운드(대만) 첫 경기에서 한국은 ‘네덜란드 쇼크’에 빠졌다. 야구 변방이라고 느꼈던 네덜란드에 한국은 0-5로 무기력하게 졌다. 네덜란드에 일격을 당하면서 한국은 세계야구클래식 사상 처음으로 1라운드 탈락의 비운까지 맛봤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네덜란드령 퀴라소 섬 출신들이 주축이 된 네덜란드는 당시 4강까지 올랐다.
4년이 흘렀다. 한국은 다시 네덜란드(7일 저녁 6시30분·고척 스카이돔)와 마주 선다. 홈팬들의 응원을 받게 됐지만 상대는 더 강해졌다. 현역 메이저리거가 6명이나 포함돼 있다. 2루수 조너선 스코프(볼티모어)-유격수 안드렐톤 시몬스(LA 에인절스)-3루수 산더르 보하르츠(보스턴)로 연결되는 메이저리그 주전 내야 진용이 아주 화려하다. 이들 셋 연봉만 합해도 1597만5000달러(185억원·2017시즌 기준)에 이른다. 시몬스는 2년 연속 최고 수비수에게 주어지는 골드 글러브까지 받은 선수다. 김시진 대표팀 전력분석팀장은 “메이저리그 주전 선수들이라서 그런지 내야 수비나 움직임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스코프(25개)와 보하르츠(21개)는 작년 빅리그에서 20홈런 이상을 때려내기도 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디디 그레고리우스(뉴욕 양키스·연봉 510만달러)와 주릭슨 프로파르(텍사스·연봉 105만달러) 등이 타선에 힘을 보태고, 일본 야구르트 소속으로 작년 31홈런을 때려낸 블라디미르 발렌틴도 있다. 숨 막히는 타선이지만 해법은 있다. 5일 네덜란드와 연습경기를 치른 상무 소속의 문경찬은 “네덜란드 타자들이 전체적으로 몸쪽 공에 약한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치왕 상무 감독 또한 “몸쪽과 바깥쪽 비율을 초반에 5 대 5로 했다가 후반에 7 대 3으로 몸쪽 비율을 높인 게 효과를 봤다”고 했다. 그러나 네덜란드가 본선 경기를 앞두고 부상 등을 우려해 연습경기에서는 의도적으로 몸쪽 공을 피했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타자와 달리 투수는 대부분 네덜란드 자국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로 구성됐다. 한국전 선발로 등판하는 릭 밴덴헐크(소프트뱅크)가 가장 요주의 인물. 밴덴헐크는 삼성 시절(2013~2014 시즌)에는 포심패스트볼과 커브를 주무기로 했으나 일본 진출 뒤 포크볼을 장착해 더욱 위협적으로 변했다. 지난달 두산과 연습경기 때는 구속이 시속 153㎞까지 찍혔다. 김시진 팀장은 “밴덴헐크 외에는 자국 리그에서 던지는 투수들이지만 타석에서 한 번 밀리면 헤맬 수도 있다. 네덜란드 투수들의 볼 끝 움직임이 좋다”고 했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네덜란드에 대해 “확실히 한국보다 우위에 있는 팀”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2라운드(일본 도쿄)를 고려해도 반드시 한 번은 이겨야만 하는 상대다. A조(한국·이스라엘·네덜란드·대만)에서 공·수·주 짜임새가 가장 좋다는 네덜란드를 상대로 한국이 4년 전 패배를 설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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