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균이 지난 6월2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기아와의 경기에서 투런 홈런을 치고 있는 모습. 롯데에서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은 황재균은 미국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스플릿 계약을 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연합뉴스
꿈은 이루어졌다. 하지만 앞길이 가시밭길이다. 그래서 “죽기살기로” 할 각오다.
자유계약(FA) 선수 황재균(30)의 에이전시인 지에스아이(GSI)는 24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황재균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1년 스플릿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스플릿 계약은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소속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황재균은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에 들 경우 연봉 150만달러를 보장받으며 출전 경기수에 따라 160만달러까지 추가로 받는다. 최대 310만달러(36억원)에 이르는 계약이다. 물론 지난해에 시애틀 매리너스와 1년 스플릿 계약을 하고 빅리그에 데뷔했던 이대호(35·롯데)처럼 스프링캠프 때부터 경쟁해 살아남아야 한다. 황재균은 25인 로스터에서 탈락해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경우 자유계약으로 풀릴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도 삽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내야에는 붙박이 주전 멤버가 있다. 1루수 브랜던 벨트, 2루수 조 패닉, 3루수 에두아르도 누녜스, 유격수 브랜던 크로퍼드가 그들이다. 백업으로는 켈비 톰린슨, 에이레 아드리안사, 코너 길래스피 등이 있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전문해설위원은 “1루수 벨트나 유격수 크로퍼드는 2021년까지 장기 계약된 선수들이고, 패닉은 1라운드 지명 선수라서 황재균이 1루, 2루, 유격수 자리를 뚫기는 사실상 어렵다. 3루 누녜스의 경우 수비가 조금 떨어질 뿐 발이 빨라서 작년에 도루를 40개 했다”며 “황재균은 누녜스와 자리를 다투기 앞서 일단 백업 선수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이들도 나름의 강점을 가지고 있어서 진짜 스프링캠프 초반에 수비, 타격 능력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송 해설위원은 “지난해에 이대호는 그나마 검증이 덜 된 선수들과 경쟁했다면 황재균은 이미 검증이 끝난 선수들과 경쟁해야 해서 더 치열하게 싸워서 이겨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홈구장인 에이티앤티파크가 홈런이 적게 나오는 투수 친화적인 구장이라는 점도 장타력이 강점인 황재균에게 마이너스 요인이다.
그러나 “두드리지 않으면 문은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황재균도 안다. 자신의 오랜 꿈인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그동안 틈틈이 영어를 익히고 체력을 키워온 그다. 2015년 말 포스팅(비공개 입찰) 실패(입찰 구단 없음)를 경험한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지난해 11월 미국 현지에서 쇼케이스까지 열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도 했다. 황재균은 에이전시를 통해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이 악물고 죽기살기로 해서 반드시 25인 로스터에 들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2007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황재균의 통산 성적은 타율 0.286, 115홈런 594타점 173도루 605득점. 황재균은 25일 미국으로 출국해 메디컬 테스트를 받을 예정이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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