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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유희관의 진짜 마운드는, 타자 머리 꼭대기 위다

등록 2017-01-19 05:02수정 2017-01-21 12:05

[통통스타] 두산 투수 유희관

타자와 수싸움·제구력 경지 올라
느린 공으로 4년 연속 10승 넘어

“스트레스 안 받는 긍정적 성격
판타스틱 4 경쟁, 시너지 효과도
팀 좌완 기록들 깨나가니 뿌듯
야구 더 잘해서 대표팀 뽑힐 것“
두산 유희관이 지난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포즈을 취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두산 유희관이 지난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포즈을 취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성근 한화 감독은 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타자와의 싸움에서 어느 경지에 가 있는 투수다. 마운드 위에서 타자의 심리를 꿰뚫는 순간 포착 능력이 있다.” 이런 말도 했다. “공이 느리다고? 머리 회전은 누구보다 빠르다.” 눈치 챘는가. ‘느림의 미학’으로 케이비오(KBO)리그 타자들을 현혹시키는 두산 유희관(31) 얘기다. 팀 훈련에 앞서 개인 훈련을 위해 19일 호주로 떠나는 그를 지난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만났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2017 세계야구클래식(WBC) 예비소집일이었다.

안타깝게 유희관은 이번에도 구속에 발목이 잡혀 필요충분조건을 충족한 성적에도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다. 팔꿈치 수술을 한 김광현(SK)을 대신해 뽑힐 수도 있었으나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오승환을 택했다. 본인도 대표팀 탈락에 자못 아쉬운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세계야구클래식에) 나갔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면서도 “부족해서 안 뽑혔다고 생각한다. 내 나름의 자존심이 있는데 다음에는 야구를 더 잘해서 대체선수나 대타가 아니라 처음부터 당당하게 대표팀 첫번째 주자로 뽑히고 싶다”고 했다. “야구를 더 잘하기 위한” 첫 단추가 올 시즌 준비가 되겠다.

평균 구속 시속 121.63㎞. 가장 빠르다는 속구 최고 구속도 133.80㎞(평균 시속 127.90㎞·스포츠투아이 기록 기준)밖에 안 된다. 하지만 느리디느린 공으로 유희관은 4년 연속 10승대 투수가 됐다. 4년 동안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두산 프랜차이즈 좌완투수 시즌 최다승(18승·2015년), 통산 최다승 타이기록(55승·이혜천)까지 세웠다. 2009년 두산에 처음 입단할 때만 해도 느린 공 때문에 ‘선발이 가능할까’ 바라보던 의혹의 시선들을 차근차근 지워냈다. 스스로도 “풀타임 선발로 뛰면서 팀 좌완 관련 기록들을 갖게 되니 뿌듯하고 자부심도 느낀다. 야구 하기 정말 잘했다”며 활짝 웃는다.

2016 시즌에는 15승6패, 평균자책점 4.41의 성적으로 두산의 ‘판타스틱 4’(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를 완성했다. 당당히 “판타스틱 4의 25% 지분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유희관은 “선발들끼리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생긴 것 같다. 나도 (장)원준이 형이 잘 던지면 잘 던지고 싶었다”며 “올해도 4명 모두 다치지 않고 작년처럼 꾸준히 하면 팀 성적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차우찬의 영입으로 데이비드 허프, 헨리 소사, 류제국과 함께 ‘어메이징 4’로 불리게 된 ‘한 지붕 두 가족’ 엘지(LG) 선발들과의 대결에 대해서는 “잠실 맞수니까 또 다른 볼거리가 될 것 같다”면서도 “아직은 ‘판타스틱 4’가 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비시즌 동안 그는 구단 비공식 ‘홍보대사’(스스로는 “두산의 박현빈”이라고 말한다)답게 여러 행사를 다녔다. 딴 지 한 달밖에 안 되는 운전면허로 차를 끌고 중앙대 안성캠퍼스를 찾아가 야구부 후배들과 1박2일 동안 함께 있기도 했다. 졸업 뒤 9년 만의 모교 방문이었다. 운동장에서 후배들과 같이 훈련하고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합숙소에서 같이 잠을 청했다. 고교 졸업 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대학 4년을 지내면서 프로 무대를 꿈꿨던 추억의 장소였다. 돌아보면 어릴 적에는 ‘작은 체구’의 한계와 싸워야 했고, 머리가 굵어진 뒤에는 ‘너무 느린 공’에 대한 편견과 마주서야 했다. 그때마다 그는 “긍정적이고 밝고 스트레스를 안 받는 성격”으로 정면 돌파를 했다. 구속은 제구력과 수 싸움으로 이겨내면 되는 것이었다. 그것이 ‘판타스틱 4’의 25% 지분을 만들어냈다.

두산 유희관이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두산 유희관이 1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프로 입단 첫해 때는 스프링캠프 명단 포함 여부를 가슴 졸이면서 프런트에 계속 전화해 물어봤다. “이제는 그런 걱정은 안 하니까 참 복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하는 유희관은 “선발을 뺏기지 않을 자신이 있다. 물론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 더 노력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지금껏 내 야구 하기만 바빴는데 이제는 후배들을 잘 챙기고 아우르는 선배이자 선수가 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올 시즌 목표는 “평균자책점을 낮추는 것”과 “200이닝을 던지는 것”이다. 그의 시즌 최다 투구 이닝은 2015년 기록한 189⅔이닝이었다. 유희관은 “200이닝은 올 시즌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던져보고 싶은 이닝이다. 다치지 않고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특별히 시즌에 대비해 변화를 주는 것은 없다. “변화를 주려다가 가지고 있던 것까지 잃을 수 있어서”다. “훈련은 매년 하던 루틴대로 하면서 지금까지 해오던 것을 완벽하게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한다.

그는 해마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때 잘 던졌던 유니폼과 모자, 심지어 속옷까지 부적 삼아 정규리그 등판 때마다 똑같이 입는 징크스가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느린 공은 안 된다’는 세상의 편견에 맞서 “울지 말고 강해지기 위해”(유희관의 카카오톡 문구), “대표팀에 당당히 뽑힐 만큼 야구를 더 잘하기 위해” 반달곰 유니폼을 일찍 챙겨 전지훈련지인 호주로 날아가는 그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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