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강타자 에드윈 엥카르나시온은 최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계약하면서 ‘관중 옵션’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클리블랜드 시즌 관중이 증가하면 연간 100만달러 안팎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엥카르나시온 이전에도 켄 그리피 주니어, 조니 데이먼 등이 관중 옵션이 있었다.
‘관중 옵션’은 그나마 구단과 개인 모두를 위한 ‘애교 섞인’ 조항일 수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누리집인 ‘엠엘비닷컴’ 등에 따르면 메이저리그에는 특이하고도 조금은 황당한 옵션이 포함된 계약들이 꽤 있다. 애덤 던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계약하면서 최고 수비수에게 주어지는 골드 글러브 수상 조항을 넣었다. 골드 글러브를 받으면 2만5000달러를 받는 계약인데 당시 던은 주로 지명타자로 출전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1루나 2루 수비 모습은 최악에 가까웠다. 제이 시 로메로는 5만달러의 ‘실버 슬러거 상’(각 수비 위치에서 최고의 공격력을 보여주는 선수에게 주는 상. 투수도 타격을 하는 내셔널리그에서는 투수 부문도 있다.) 옵션이 있었다. 하지만 로메로는 불펜투수였다. 타석에서 방망이를 휘두를 일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래도 ‘만약’을 위해 넣은 셈이다.
트로이 글로스는 2005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하며 연간 개인사업으로 25만달러를 지원받기로 했다. 개인사업이라고 했지만 그의 아내 애나가 3일간 승마 이벤트를 개최하는 데 드는 지원금이었다. 글로스는 애리조나와 계약하고 1년 뒤 토론토로 트레이드됐는데 토론토는 이 계약을 그대로 승계해야 했다. 카를로스 벨트란은 계약할 때 뉴욕 메츠에 150마일 속도로 형형색색의 테니스 공이 퉁겨져 나오는 피칭 머신 같은 훈련 기계를 원했고, 로이 오스왈트는 2005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 승리 대가로 불도저를 요구해 구단으로부터 진짜 받아냈다. 매니 라미레스는 보스턴과 8년 1억6000만달러에 계약하면서 다른 선수가 트레이드 거부권을 갖게 되면 자신도 자동적으로 거부권을 보유하게 되는 조항을 넣었다. 선수가 절대적으로 ‘갑’인 계약이었다.
‘핏빛 양말 투혼’으로 유명한 커트 실링의 경우는 현역 마무리 시기에 몸무게에 관련한 옵션이 있었다. 2008년 보스턴과 1년 800만달러 계약을 했는데 특정 몸무게를 유지할 경우 추가로 200만달러를 받을 수 있었다. 6차례 불특정 시기에 체중계에 올라가 ‘계약된’ 몸무게와 엇비슷하면 실링은 33만3333달러를 보너스로 받았다. 카를로스 리 또한 실링처럼 몸무게 관련 옵션이 있었다.
조지 브렛은 1984년 시즌에 앞서 캔자스시티와 연장 계약을 하면서 옵션으로 멤피스 아파트 단지 개발의 10% 권리를 받았다. 부동산 개발은 성공했고 브렛은 일순간 아파트 임대 사업자가 됐다. 이밖에 스즈키 이치로 등 일본 선수들은 집 임대료를 구단이 대납해주는 옵션을 넣었다. 일본과 미국 왕복항공권도 여러 장 포함됐다. 한국은 보통 외국인 선수에 대해 호텔이나 집 임대료를 책임져주고 가족들에 한해 왕복항공권을 지급하는 게 일반화돼 있지만 메이저리그는 그렇지 않다.
알렉스 로드리게스(은퇴) 또한 특이한 옵션이 있었다. 2001년 텍사스 레인저스와 사상 최대의 2억5200만달러의 계약을 하면서 세부 옵션을 넣었는데 이 중에는 디비전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일 때 15만달러를 받는 조항도 있었다. 겉보기에는 지극히 정상적인 옵션 같지만 사실인즉,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디비전시리즈 때는 최우수선수를 선정하지 않는다. 구단이 몰랐던 것도, 선수나 에이전트가 몰랐던 것도 아니다. 계약 기간이 10년인 것을 고려해 향후 제도 변경을 대비한 것이었으나 아직까지도 디비전시리즈 최우수선수는 뽑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도 덱스터 파울러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하며 ‘디비전시리즈 최우수선수일 때 5만달러’의 옵션을 넣었다. 계약서에 옵션 조항 하나 추가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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