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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마음껏 야구 하고 싶다…어차피 마지막이니까”

등록 2017-01-04 06:07수정 2017-01-04 09:20

은퇴시즌 앞둔 ‘국민타자’
“예전과 똑같은 야구는 재미 없어
짧은 스윙으로 공 회전 늘릴 것”
“지금 이 순간 제일 행복한 느낌
은퇴 뒤에도 야구 테두리 안에서…”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이 3일 오후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자신의 프로 통산 홈런 개수(602개)를 배경으로 방망이를 휘두르는 자세를 잡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삼성 라이온즈 이승엽이 3일 오후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자신의 프로 통산 홈런 개수(602개)를 배경으로 방망이를 휘두르는 자세를 잡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이제 1년밖에 없다. ‘야구 선수’라는 호칭으로 불릴 시간이. ‘국민타자’, ‘라이언킹’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오프시즌”이라며 “참 재미있는 야구”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을 3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났다. 이승엽은 “지금껏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굉장히 힘들 때도 많았고 행복했을 때도 많았는데 이 순간만은 제일 행복한 것 같다”고 했다. 짙은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걸어온 길을 생각해보면 행복한,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다시 태어나도 나는 야구 선수가 될 것”이라고 ‘국민타자’는 힘주어 말했다.

1995년 프로 데뷔 뒤 22년째. 언제나 그랬듯이 그는 야구장에서 개인훈련을 하면서 2017 시즌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연말에 허리 통증으로 운동을 잠시 쉬었던 터라 마음이 조금 급해졌다. 1월1일에도 야구장을 찾은 이유였다. 이승엽은 “몸무게가 지금 96~97㎏ 정도인데 그동안 웨이트트레이닝을 잘 못 해서 근육량이 줄었다”고 걱정하면서도 “체력훈련을 하면서 티배팅도 병행하고 있는데 상태는 괜찮은 것 같다”고 했다. 하루 1시간30분~2시간 정도 달리기와 스트레칭, 그리고 캐치볼과 티배팅을 하는데 점점 운동량을 늘려갈 생각이다. 부상당하지 않고 전 시즌을 뛸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 그게 제일 큰 목표다. 자칫 부상을 당하면 아쉬운 은퇴 시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어린 후배들과의 경쟁에서도 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은퇴를 앞둔 베테랑에 대한 예우나 특혜도 원치 않는다. “어차피 프로는 같은 위치에서 실력으로 겨루는 것”이고 후배든 선배든 “직위는 다 같은 선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특히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해보는 시즌”을 만들고 싶다. 그에게 ‘다음 시즌’은 더이상 없기 때문이다. “홈런을 많이 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 이유다. ‘이승엽’ 하면 ‘홈런왕’이니까. “우선은 예전에 좋았을 때로 돌아가고 싶다. 몸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분명 70~80%는 못 돌아갈 테지만 그래도 어차피 마지막이니까 도전은 해보겠다. 짧고 간결하게 스윙을 하면서 타격 때 공의 스핀을 늘려 비거리가 나오게끔 하려고 한다. 안 좋을 때는 2루 땅볼이 많이 나오는데 그 확률을 줄여가 보겠다. 해보고 안 되면 다시 바꿔야겠지만 예전과 똑같이 야구를 하면 재미없지 않겠는가.”

이승엽은 2015 시즌 말 삼성과 자유계약(FA)을 하면서 “2년 뒤 은퇴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구단도 준비할 시간을 갖고 스스로도 다른 선배들하고는 다른 방법으로 은퇴하고 싶었다. “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구단도 난처할 것 같았다. 깔끔하게 2년 뒤 은퇴를 하겠다고 하면 구단도 대처가 가능하고 나 또한 준비가 될 테니까. 계약 당시에는 2년의 시간이 길 줄 알았는데 1년 지나고 나니까 이제 10개월도 안 남았다. 1루 수비를 많이 하고 싶은 것도 이 때문이다. 10개월이 지나면 어차피 돌아올 수 없는 곳이다. 추억은 사치겠지만 그래도 하나라도 더 기억하고 더 남기고 싶다. 마지막 오프시즌이 그래서 더 중요하다.”

2016 시즌은 사실 “시즌 내내 힘들었다”. 팀 내 불미스런 사고(해외 도박)의 여파가 있었고 팀 성적도 역대 최악(9위)을 기록했다. 그래서 “최고참의 역할을 못한 게 아닌가 하는 반성”도 했다. 팀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바른길을 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후배들도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지난해 불혹의 나이가 무색하게 타율 0.303, 27홈런, 118타점, 91득점의 성적을 냈다. 한·일 통산 600홈런 고지도 밟았고 통산 2000안타도 넘어섰다. 연말에는 현역 최초로 야구 원로들이 주는 일구대상을 받기도 했다. 화려한 은퇴 시즌을 위한 포석은 제대로 깔렸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단식투쟁을 하면서 부모님께 “절대 후회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입었던 야구 유니폼. “야구를 안 하겠다”고 했던 적도 야구부 선배들의 괴롭힘으로 힘들었던 중학교 1학년 시절 딱 한 번뿐이었다. 그만큼 야구는 그의 천직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2017년은 “마지막 자존심을 세우고 은퇴하는 시즌”으로 만들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은퇴 뒤 그림은 아직 그리지 않았다. “‘야구 말고 재미있는 게 뭐가 있을까’라고 고민은 된다”는 그는 “남은 1년 동안 천천히 제2의 인생 밑그림을 그려보겠다”고 했다. “어떤 일을 해도 야구라는 테두리 안에는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2018년 1월, 이승엽은 어떤 모습으로 있을까. “하고 또 해도 정말 재미있는 야구”와 아름다운 작별을 하기 위해 ‘국민타자’는 오늘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뛰고 있다.

대구/김양희 기자, 권승록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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