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를 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츠버그 파이리츠 강정호. 사진은 강정호가 지난 9워26일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20홈런을 달성했던 모습. AP 연합뉴스
성폭행 사건에 휘말렸던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이번에는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켰다.
강정호는 2일 새벽 혈중알코올농도 0.084%인 상태로 숙소인 서울 삼성동 G호텔로 향하던 중 삼성역 사거리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났다. 블랙박스 조사 결과 동승했던 지인에게 음주 사고를 떠넘기고 숙소로 가버린 사실까지 밝혀졌다. 이에 앞서 강정호는 지난 6월 말 미국 현지에서 성폭행 사건에 휘말리며 체면을 구겼다. 이 사건은 현재까지 조사중인데 9월 여성이 잠적하면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강정호는 국내 프로야구를 거쳐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한국인 첫 야수다.
<시비에스>, <엔비시스포츠>, <뉴욕데일리뉴스> 등 미국 언론들도 발 빠르게 강정호의 음주사고 관련 기사를 냈다. <엔비시스포츠>는 “아직 피츠버그 구단과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반응은 없지만 벌금이나 출장 정지 징계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리그는 음주 사고의 경우 출장정지 등의 징계를 내리고 있다. 다만 강정호가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어 국내 복귀 뒤 징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17 세계야구클래식(WBC) 대표팀에서도 제외될 것이 유력하다. 이미 야구위 기술위원회는 해외 원정도박으로 물의를 빚은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한 바 있다.
강정호는 넥센 히어로즈를 거쳐 201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26경기에서 타율 0.287, 15홈런 58타점을 기록하며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강정호의 활약 덕에 국내 야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며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 등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엔씨 다이노스에서 3년간 뛴 에릭 테임즈가 3년 1600만달러의 대형계약으로 메이저리그로 유턴했다. 미국 언론은 “강정호가 바꿔놓은 인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정호는 무릎 수술 뒤 재활과 성폭행 의혹 등으로 올해 103경기에만 출전했지만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21홈런을 쳐내면서 ‘거포 3루수’로서의 이미지를 새롭게 했다. 그러나 성폭행 혐의 이후 6개월여 만에 터진 음주 사고 은폐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됐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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