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시즌 WAR가 가장 높은 최형우. 삼성 라이온즈 제공
세이버메트릭스. 야구팬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세이버메트릭스는 야구를 통계학적, 수학적으로 접근하는 분석 방법이다. 타격 습관, 투구 패턴 등 여러 경우의 수를 조합해 야구 선수에 대한 적확한 평가를 숫자로 구현해낸다. 1970년대 처음 발표됐을 때는 눈길을 사로잡지 못했으나, 2000년대 이후부터 미국 야구의 ‘바이블’로 통용되고 있다. ‘염소의 저주’를 풀고 108년 만에 시카고 컵스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안긴 시오 엡스타인 사장도 세이버메트릭스 신봉자 중 한명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 야구에서도 세이버메트릭스의 중요성을 인지해가는 구단들이 점점 느는 추세다. 엔씨(NC)가 일찌감치 관련 시스템을 도입했고, 일부 구단은 세이버메트리션을 고용해 선수 관련 ‘빅데이터’를 정밀하게 따지고 있다. 한화 신임 단장으로 부임한 박종훈 단장 또한 세이버메트릭스에 기반한 야구단 운용을 시사하고 있다.
세이버메트릭스에서 특히 관심이 집중되는 지표는 WAR(더블유에이아르·Wins Above Replacement·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이다. 이때 ‘대체선수’는 해당 포지션에서 리그 평균 정도의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승리 기여도를 단순하게 ‘승수’의 개념으로 이해해도 된다. 예를 들어 WAR가 4인 선수는 대체선수에 비해 4승을 팀에 더 가져다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WAR 계산에는 타자의 경우 공격, 수비, 주루 등 모든 지표가 반영되고, 투수는 이닝 등이 주요 지표 역할을 한다.
*스포츠투아이 제공. 구단은 2016 시즌 소속팀 기준.
2016 시즌 프로야구를 뛴 선수들 중 WAR가 가장 높은 선수는 최근 에프에이(FA) 100억 시대를 열어젖힌 최형우(KIA)였다. 통계 전문 업체 스포츠투아이 기록에 의하면 최형우의 WAR는 7.55. 최형우가 대체선수와 비교해 전 소속팀(삼성)에 7.55승을 더 안겼다고 해석될 수 있다. 최형우 다음으로 WAR가 높은 선수는 기아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6.91). 그러나 그의 보장 연봉이 170만달러(19억9000만원)에 이르기 때문에 그만한 가치를 했느냐는 해석은 분분하다. 타자들 중에는 김태균(한화·6.90)을 비롯해, 밀워키 브루어스와 계약(3년 1600만달러)해 메이저리그로 돌아가는 에릭 테임즈(6.80), 그리고 김재환(6.70), 박건우(5.80·이상 두산) 등이 대체 불가의 활약을 보였다. 연봉이 적은 김재환(5000만원), 박건우(7000만원)는 저비용 고효율의 선수였다고 할 수 있다.
투수는 헥터 다음으로 메릴 켈리(SK·5.84), 더스틴 니퍼트(두산·5.15), 신재영(넥센·5.05), 양현종(KIA·5.00) 차례였다. 신인상을 수상한 신재영은 프로야구 최저연봉(2700만원)으로 국내 투수들 중 가장 높은 WAR를 기록해 눈에 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차우찬의 WAR는 3.02(투수 14위)였다. 헥터의 절반에 미치지 않는다. 투타 WAR 기록을 살펴보면 투수 10걸에는 외국인 투수가 1~3위를 싹쓸이한 것을 비롯해 7명이나 포진한 데 반해, 타자 10걸에는 단 2명(테임즈, 에반스)만 속해 있다. 전체적으로 타자는 토종, 투수는 외국인 기류가 WAR 수치에도 투영돼 있다고 하겠다.
WAR 기록의 경우 회의적인 시각도 일부 있다. 선수층이 두터워 대체선수가 풍부한 메이저리그에 비해 국내 프로야구는 선수층이 얇아 주전과 1.5군급의 기량차가 꽤 많이 나기 때문이다. 타고투저 기류가 이어지면서 타자들이 고평가되는 면도 없지 않다. 그래도 선수 평가 등에서 객관적 통계가 없는 상황에서 WAR 등은 안갯속의 나침반 구실을 하고 있다. 자유계약선수를 영입함에 있어서도 참고 자료가 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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