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토마’도 은퇴한다. 엘지(LG) 트윈스 베테랑 이병규(42·등번호 9번)는 보류선수 명단 제출 마감일(25일)을 하루 앞둔 24일 구단을 찾아 은퇴 의사를 밝혔다. 두산 홍성흔에 이어 이병규도 은퇴를 택하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잠실야구장 한지붕 아래 두 베테랑을 내년 시즌에는 볼 수 없게 됐다.
이병규의 프로 마지막 해는 초라했다. 올 시즌이 3년 자유계약(FA) 마지막 해였으나 팀 세대교체의 흐름 속에서 1군에서 뛸 기회를 잡지 못했다. 2군에서 4할대(0.401)의 맹타를 휘둘러도 양상문 감독은 그를 1군으로 올리지 않았다. 강력한 세대교체를 추진하면서 암묵적으로 은퇴 압박을 줬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병규는 결국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대타로 단 한 타석에만 서서 안타를 뽑아냈다. 시즌 뒤 이병규는 현역 연장의 의지를 드러냈으나 구단이나 양 감독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이병규는 단국대를 졸업하고 97년 엘지에 입단해 공격, 수비, 주루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냈다.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3년 동안 활약하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프로 시간을 엘지에서만 보낸 프랜차이즈 스타다. 신인상을 비롯해 골든 글러브도 7차례도 받았고, 최다 안타왕도 4차례 수상했다. 1999년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했고 2013년에는 타율 0.348로 최고령 타격왕(만 38살11개월10일)에 올랐다. 하지만 2014년 이후 부상에 시달리면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프로 통산성적은 타율 0.311(6571타수 2043안타), 161홈런 972타점.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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