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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감독’의 야구 향은…“선수 중심의 즐거운 야구”

등록 2016-11-24 17:39수정 2016-11-24 21:09

김진욱 신임 kt 위즈 감독 인터뷰
자신의 야구관을 설명하고 있는 케이티(kt) 위즈 김진욱 신임 감독. 사진 케이티 위즈 제공
자신의 야구관을 설명하고 있는 케이티(kt) 위즈 김진욱 신임 감독. 사진 케이티 위즈 제공
야구팬들은 그를 ‘커피감독’이라고 칭한다. 커피, 특히 종이컵에 담긴 믹스커피를 많이 좋아해서다. 더블헤더(연속경기) 중계 때는 믹스커피 11잔을 마셨다니 말은 다 했다. 그가 생각하는 야구도 커피와 맞닿아 있다. “커피향 나는 야구.” 두산 베어스 감독을 거쳐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을 2년 동안 하다가 막내 구단 케이티(kt) 위즈의 신임 사령탑으로 3년 만에 현장에 복귀한 김진욱(56) 감독을 지난 22일 오후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났다. 그의 첫말도 “선수”였고, 마지막 말 또한 “선수”였다.

선수 마음 열기 프로젝트 김진욱 감독은 부임 직후 선수들과 카카오톡 대화를 시도했다. 해설위원 시절 봤던 케이티 선수들의 얼굴이 “어둡고 무겁고 경직돼 있었기 때문”이다. 톡으로 자기소개를 하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고 보낸 선수에게는 일부러 “열심히 하지 마”라고 장난스레 답문자를 보냈다. 선수가 답장을 안 할 수 없게끔 유도한 것이다. 프로 사령탑 이전에 아마추어 감독부터 일식당 주인, 그리고 헬스클럽 사장까지 거친 다양한 이력을 가진 그는, 사람에게 다가서는 법을 잘 안다. 김 감독은 “나중에는 ‘ㅋㅋㅋ’ 하고 답을 하는 선수도 있었다. 이렇게 마음을 여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감독 부임 뒤 1주일은 케이티 1, 2군 선수 84명의 이름과 얼굴을 익히는 데 할애했고 이제 거의 외웠다고 한다. “선수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과 번호로 칭하는 것은 다르다.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관계의 첫걸음”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선수에게 ‘묻는’ 코치 김 감독은 “열정적인 코치는 싫다”고 했다. 지도자의 지나친 열정에 자칫 선수가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선수에게 묻는 코치”를 선호한다. “코치가 ‘이렇게 해봐라’ 하고 가르치려 들면 선수가 지시나 명령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왜 그렇게 하는데?’라고 물으면 대화가 시작되면서 비로소 선수가 자기 얘기를 한다”는 것이다. 묻고 답하려면 코치는 필히 공부를 해야만 한다. 그가 “공부하는 지도자”를 강조하는 이유다. 김 감독은 “앞으로는 기술적인 부분을 넘어서 심리적인 상담까지 해줄 수 있는 코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케이티는 김 감독 부임 이후 이광길 수석코치, 김광림 타격코치, 김용국 수비코치, 강성우 배터리코치 등을 새롭게 영입했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에게 맞는 코치가 누군인가가 코치 인선 기준이었다”며 “코치들에게 선수 입장에서 감독에게 얘기하라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3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김진욱 케이티 위즈 감독이 보여줄 야구는 속구일까, 변화구일까. 사진 케이티 위즈 제공
3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김진욱 케이티 위즈 감독이 보여줄 야구는 속구일까, 변화구일까. 사진 케이티 위즈 제공
“야구의 중심은 선수” 아마추어 감독, 프로 사령탑, 해설위원을 지내며 생각은 간결해졌다. “방식의 차이일 뿐 모든 야구는 똑같다”라는 깨달음 속에 “야구의 중심은 선수”라는 대명제를 얻었다. 해설위원 시절을 돌아보면 경기 전 더그아웃 분위기가 승패를 많이 좌우했다. “기술적으로 이기는 것보다 선수단 분위기로 이기는 게 많았다”고 했다. 여기에서 “이기니까 즐거운 게 아니라 즐거우니까 이긴다”라는 명제도 확립했다. 케이티 전력이 ‘꼴찌’라는 것을 그 역시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야구가 즐겁다면, 더그아웃 분위기가 살아 있다면 전력 이상의 성적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믿는다.

선수 중심의 창의적인 야구를 위해 2군 시스템도 변화를 줄 생각이다. 김 감독은 “2군 경기를 할 때 터무니없는 수비 시프트도 해보고 매 타석 번트만 대보는 등 그날의 테마를 하나씩 정해서 해보라고 권할 생각”이라며 “두산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는데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선수들의 다양하고 창의적인 플레이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틀에 갇힌 야구가 아니라 열린 야구를 하는 선수를 육성하겠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2군도 선발, 불펜 로테이션을 확실히 정해 1군에 올라올 때도 같은 보직으로 올릴 것이다. 정확한 매뉴얼로 계산이 서는 야구를 할 것”이라고도 했다.

■ 커피향 짙은 야구는? 막내 구단 케이티의 야구는 아직까지 무채색이다. 성적도 2년 연속 밑바닥이었다. 하지만 팬들의 응원으로 관중은 1군 진입 두 시즌 만에 65만명을 넘어섰다. ‘축구 도시’ 수원의 기적이라고 하겠다. 김 감독은 이런 분위기에 케이티만의 고유 색깔을 입히고 싶다고 했다. 팀 컬러(허슬 두)가 강했던 두산에서는 할 수 없던 일이다. 김 감독은 “두산에서 첫해는 파도 안에서 허우적댔고 2년차 때는 육지가 보이는 상황에서 그만두게 됐다. 그래도 당시 선수들과 하나가 됐을 때의 큰 힘을 느꼈다”며 “케이티 선수들과 정정당당한 야구를 하고 싶다. 꼼수 쓰는 야구도 안 하고 상대가 다칠 수 있는 위험한 슬라이딩도 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사인 훔치기도 없다. 그래서 ‘야구의 미래’를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어쩌면 김 감독이 원하는 야구는 은은하고 그윽한 커피향처럼 자극적이지 않지만 두고두고 회자되는 그런 야구 아닐까.

수원/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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